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임원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자 3세의 전면 배치와 세대 교체를 위한‘젊은 조직’ 꾸리기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임원이라고 하면 으레 50대 이후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40대의 젊은 사장과 30대의 더 젊은 임원이 기업경영의 전면으로 나선 것.
대표적인 40대 사장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ㆍ삼성에버랜드 사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젊은 오너 일가들이 경영보폭을 확대했다.
또 더 젊어진 임원과 여성 임원의 등장도 새로운 패턴으로 부각했다.
◇ 40대 사장, ‘오너 일가이거나 오너가 뽑았거나’
국내 주요기업 가운데 40대 사장은 손에 꼽는다. 재계 전반에 젊은 조직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 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연륜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43),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41),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1),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48), 조현준 효성 사장(43),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30) 등은 선대에서 이뤄놓은 성과를 고스란히 등에 업고 회사 최고경영진의 자리에까지 오른 사례이다.
지난달 재계전문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자녀들은 회사 입사 후 3.8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것으로 집계뙜다.
이들은 그들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기업 내 주요 보직을 꿰차고, 종국에는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현재 국내 주요기업 가운데 오너 일가를 제외한 40대 사장은 SK그룹의 유정준, 서진우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유정준 사장도 최태원 SK 회장이 공을 들여 SK그룹으로 스카웃 하는 등 오너 일가와 관련이 깊은 인물들이 4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0대ㆍ여성임원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
국내 재계에도 30대 임원과 여성 임원의 등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40~50대 임원과 남성 임원 비율에 비해 현격하게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재계 인사에서 젊은, 그리고 여성 임원이 포함되기 시작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재계 ‘빅2’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새롭게 여성 임원이 된 인물은 △삼성전자 송영란 부장 △삼성전자 박희선 상무 △삼성SDI 이지원 상무 △삼성SDS 김영주 상무 △삼성증권 이재경 상무 △현대캐피탈 백수정 이사 등 6명이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상무 승진자(318명)의 1.88%,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사대우 승진자(136명)의 0.73%에 불과하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100대 기업 여성 중간관리자급 이상 현황’ 결과에 따르면 여성 중간관리자(부장급)는 7.1%, 여성임원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의 몸으로 임원이 되는 것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여성 임원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재계인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도 27세의 젋은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오너 2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 편이다.
이처럼 여성임원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경영에 접목시키려는 그룹 총수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여성 인재들의 임원 발탁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및 경제력을 갖춘 여성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분석하고 관리해야 할 여성 임원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심수옥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달 여성리더십컨퍼런스에서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기업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필요해졌다”며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비즈니스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에서의 유연함, 꼼꼼하고 섬세한 일처리,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등 여성 임원에게 기대할 수 있는 특징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30대 젊은 임원의 등장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은 지난달 임원인사를 통해 3명의 30대 임원을 배출했다. 삼성전자 양준
호 상무, 문성우 상무, 이민혁 상무가 그 주인공.
이들은 다른 젊은 임원과 달리 삼성전자 공채로 입사해 업무성과만으로 경쟁력으로 살아남아 임원 승진이 더욱 빛을 발하는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