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초 방송 산업 매출 역성장
SO 규제 ‘재난방송’ㆍ‘이용 요금’ 등 8개
“방발기금 납부 감면 또는 재정 지원 필요”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1995년 케이블TV는 공적 책임을 이행하는 지역 독점 사업자였다”며 “지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78개 중 지역에서 1위를 하는 SO는 딜라이브 한 곳뿐이다. 현재 이들은 지역 독점 사업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역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케이블TV 지역채널 지원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과방위 여야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고, 한국케이블TV방송기자협회(KCJA)가 주관했다.
토론회에선 케이블TV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 및 수익 모델 부재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전문위원은 “케이블TV는 2013년과 2014년을 정점으로 그 이후부터 쇠락하기 시작했다”며 “2023년 방송산업 매출은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방송산업 매출이 역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방송 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매체적 요인’, ‘경기적 요인’, ‘경쟁적 요인’에서 위기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위원은 “쿠팡, 알리 등 C커머스라 불리는 전자상거래의 시장 잠식으로 송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국내 시장 공세가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무료 OTT 영역에선 유튜브 이용률이 77.9%, 유료 OTT 영역에선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률이 50%에 달했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도 SO에 가해지는 규제가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규제 종류는 △허가 및 재허가 △이용요금 승인 △재난방송 의무 △지역채널 의무 △소유 겸영 규제 △광고 규제 △지역사업 의무 △지역채널 기자의 국회 출입 제한 등 8개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방발기금은 방송 및 통신 분야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으로, 주로 방송사나 통신사 등에서 낸 기여금으로 조성된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케이블TV SO 사업자의 방발 기금 (부과를) 감면하거나, 방발기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이 조속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전문위원도 “케이블TV SO는 방발기금을 대략 400~500억 정도 내고 있다”며 “그런데 케이블TV는 이 방발기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역에서 만든 상품 및 서비스를 로컬 비즈니스화하고 이를 전국으로 유통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지역 커머스 방송은 혁신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1일 3회 3시간 이내 방송을 해야 하고, 지역 소상공인이 만들어내는 그런 상품만 할 수 있다”며 “지역 연간 매출 4억 제한도 있다”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권은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은 케이블TV 업계의 가입자 유출 방지에 기여하고 지역 내 소상공인 및 농축수산민에게 새로운 판로와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방송법을 개정해 정식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홈쇼핑 업계와의 상생과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홈쇼핑 업계는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이 정식으로 제도화될 경우 승인받은 홈쇼핑 방송과 유사하게 운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정 방송통신위원회 지역미디어정책과장은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상 ‘지역방송’ 범위에 SO를 포함하자는 제안 취지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법상 (지역) 지상파 방송으로 한정하는 법 제정 당시 취지나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 지상파도 굉장히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방송법에 SO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액션(실질적인 지원)'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