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랜드마크’로서, 살고있는 거주자에세 자부심을 선사하는 등 한때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주상복합은 지난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공급물량이 급갑했다는 점은 주상복합의 암울한 현실을 짐작케 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주상복합은 총 5109가구로 최근 10년간 공급물량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됐던 2003년(2만9921가구)의 17% 수준이다. 전체 공급물량 중 87%인 4480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됐고 지방 공급물량은 단 629가구에 머물렀다.
공급량이 급감한 주된 원인은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줄자 건설사들이 공급계획을 연기하거나 사업 자체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아파트를 훨씬 웃도는 주상복합 분양가는 수요자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주상복합은 도심 역세권에 들어서는 탓에 아파트에 비해 비싼 땅값을 지불해야 하고, 특화된 공법을 적용하는 탓에 건축비 역시 높다.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기 힘들다는 게 건설사의 입장이다.
여기에 최근 신규 아파트들이 주상복합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상복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애널리스트는 “교통편의, 우수한 보안성 등이 주상복합의 큰 메리트였는데 최근에는 아파트들도 이러한 환경을 갖춘 경우가 많아 주상복합의 인기가 떨어졌다”며 “웬만한 입지가 아니고는 수요자들을 끌어 모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주상복합 투자전략으로 보다 확실한 투자처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다시 말해, 뛰어난 입지를 지닌 소형면적 주상복합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 지난해 주상복합이 찬밥신세로 전락한 가운데서도 강남권 소형 아파트 가격은 강보합 수준에서 머무른 반면, 같은 평형대 강남 초소형 주상복합의 경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강남 역세권 오피스텔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투자자들이 주상복합 아파트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신트리플 52㎡ 가격은 2억2500만원으로 지난 한 해 2000여만원이나 껑충 뛰었다. 전체 163세대 가운데 80%가 월세 투자자들이 소유할 정도로 투자수요가 많다. 강남구 논현동 마일스디오빌 48㎡의 가격도 1년새 2000만원이 올랐다. 이 주상복합의 최근 시세는 2억3500만원이며, 이보다 높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상복합 공급은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 분양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는 6000여가구다. 일부 물량이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지난해보다 저조한 공급상황을 보일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 중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물량을 위주로 살펴보면, 개발 기대감이 높은 용산 한강로2가에서 삼성물산이 194가구 중 175~231㎡ 14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또 삼성물산·대림산업·포스코건설이 공동으로 한강로3가 국제빌딩주변4구역에서 493가구 중 164~230㎡ 135가구를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금천구 독산동 424의 1번지 일대에 82~386㎡ 1298가구를 11월에 분양할 예정이며, 100% 일반분양 물량이다. 경부선 전철 금천구청역과 독산역을 걸어서 5~1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또 반도건설은 인천 서구 경서동 청라지구 M1블록에 주상복합 126~149㎡ 1028가구를 9월중 분양할 계획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노린 투자자 등 수요자들의 관심이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