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 복귀에 대해 지난달 29일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사불란한 체제를 구축,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영업실적 호전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
한 마디로 그룹의 위기를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오너가 직접 나선 것이다.
박 회장의 경영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8월 박찬법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사임한 뒤 박 회장이 경영복귀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
박 회장도 지난 8월 이례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앞장서 뛸 것”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하는 등 경영복귀 의지를 밝혔다.
박 회장은 공식적으로 경영복귀를 함에 따라 앞으로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벌이는 등 경영 정상화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복귀 외에 그룹의 조직개편은 당분간 없을 예정이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경영복귀만 공식화됐을 뿐,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본부의 확대나 본부장 신규 선임은 당분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삼구 그룹 회장의 복귀로 기업개선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해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기업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경기 회복 국면에서 오너 경영인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으며, 채권단에서도 동의를 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경영실수로 그룹 전체가 커다란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비리를 저지른 오너가 아닌데 무작정 경영복귀를 막는 것이 무리수”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그룹 미래의 명운을 건 결정은 강력한 추진력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오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특히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오너 일가의 경영능력 이상의 리더십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채권단이 경영중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주력계열사의 실질적 지배권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땅에 떨어진 금호아시아나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하루 빨리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이전에 강조했던 ‘500년 영속기업’의 실현을 위해 어떤 묘책을 내놓을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