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추가 토종 배추를 밀어내고 대형할인마트를 점령했다. 배추파동으로 정부의 안정화 대책이 나오자 마자 대형마트들이 너나할 것없이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 배추를 앞다퉈 들여온 결과다.
롯데마트를 선두로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물량공세에 대대적인 할인행사까지 벌이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산 배추의 인기는 하루 이틀사이에 시들해졌다.
정부의 ‘설익은 대책’때문에 중국산 배추만 활개를 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위‘밭떼기’로 표현되는 산지 수집상과 중간 도매상의 담합을 근절할 수 있는 유통구조 단순화 등의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일시적 가격 안정화를 위한 즉흥적 정책으로 배추 생산농가와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 롯데마트 영등포점에서는 중국 산 배추 한 망(3포기)을 4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원래 이 곳에서는 한 망에 7500원에 판매했다. 판매가 부진으로 땡처리 대상이 된 것이다. 영등포점 관계자는 “팔다남은 중국산 배추를 떨이로 싸게 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도봉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도봉점 관계자는 “중국산 배추가 아직 남아 있어 알뜰코너에서 1포기에 2500원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의 경우 선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으면 훼손되기 전에 각 점별로 싸게 판매할 수도 있다”면서 땡처리 이유를 밝혔다.
이런 상황은 이마트도 마찬가지.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주말 매장에 선보인 중국산 배추 1만 포기 중 실제 팔린 것은 7500포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추가로 중국산 배추를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산 배추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긴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가 그리 큰 것 같지 않아 적극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도 12일부터 중국산 배추 판매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일단 이미 계약된 물량 7만8000포기를 전 점포에서 판매하기로 했지만 중국산 배추의 인기가 시들면서 추가 물량 출하에는 부정적이다.
◇국산배추 가격은 제자리=중국산 배추를 무관세로 들여오면서까지 배추값을 낮추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반짝 소비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이 엇갈리면서 국산배추값은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12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는 국산 배추 한 포기가 1주일 전과 같은 5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정상가격은 여전히 7000원으로 실제 소비자 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산배추와 중국산 배추의 소비층이 달라 생기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배추의 경우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의 적극적인 소비로 인기가 반짝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손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도동에 사는 강윤이(51·주부)씨는 “중국산 배추가 들어오면 국산 배추가 싸질 줄 알았는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에 사는 한 모씨(58·주부)씨는 “중국배추가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데 한 눈에 봐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통종사자들과 광역단체 관계자들은 중국산 배추 수입에 따라 국산 배추값이 크게 내려오진 않지만, 김장철이 가까워오는 11월 초순부터 배추값은 하향안정화 될 것으로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김장배추 재배면적이 작년과 비슷하고 작황도 예상과 달리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예년부터 약간 높은 가격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마트 채소 담당 구매자들도 “강원도는 물론 경북, 전남 등의 배추 작황이 좋아 항간에 떠도는 김장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