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일본은행(BOJ)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을 위한 행보가 긴박하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장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으며 정부 역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3회에 걸쳐 주요국의 경제 현황과 경기부양책을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美 경기 살리려면 뭐든지 한다
② 日 정부·은행 손뼉은 맞았는데...부양은 역부족
③ 트리셰 "유동성 무제한 공급한다"
일본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과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정책이 30일 각각 발표됐다.
가파른 엔화 강세와 주가 하락 압력에 못 이겨 고심 끝에 내놓은 방책이지만 일본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기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본은 수출의존형 경제인만큼 해외 경제에 영향을 받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 경제의 최대 복병은 미국 등 해외 수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더블딥 우려로 엔고 기세가 한층 거세질 경우 일본은행에 대해 추가 금융완화나 시장개입 요구가 불가피해진다.
이런 가운데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지난 27일 와이오밍주 직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에서 높은 실업률과 개인소비 둔화로 향후 미 경제의 불투명성을 강조했다. 일본에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대목이다.
일본은행(BOJ)은 30일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유동성 공급 규모를 기존의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늘리고 이중 10조엔의 만기는 6개월로 결정했다.
현행 0.1%인 기준금리와 1조8000억엔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 규모는 당초 방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이 임시 회의를 열어 금융완화를 결정한 것은 작년 12월 1일 이래 처음이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임시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ㆍ물가 정세의 하방 리스크를 주시해 나아갈 것"이라며 이번 임시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미국 국내총생산(GDP)과 고용관련 지표 등의 부진이 두드러져 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높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로 3개월간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공급 조치에 대해 엔고 진행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팽배하다.
RBS 증권의 니시오카 준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이번 추가 완화에 대해 “시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이 강한데다 이미 예상한 내용의 정책을 내놔 효과는 한정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쓰이 스미토모 자산운용의 무토 히로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정부와 일본은행의 일련의 조치의 유효기한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같은 날 일본 정부가 내놓은 추가 부양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정부는 30일 저녁 내수진작을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말에 기한이 끝나는 주택이나 가전제품의 에코포인트 제도를 연장해 소비를 자극하고 발광다이오드(LED)나 리튬이온배터리 등 환경 관련 생산거점을 일본 국내에 세우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다만 친환경차 구입시 보조금 지급 제도는 예정대로 9월말로 폐지된다.
또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올 봄 졸업자들을 일정기간 고용한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체험고용사업’을 확충하고, 제도의 이용 대상자를 졸업 후 3년 이내인 구직자들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내놓은 신성장전략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총리가 의장을 맡고, 일본은행 총재와 노사 대표가 참가하는 '신성장전략 실현추진회의'도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추가 부양책의 재원은 올해 예산 가운데 남아있는 예비비 9200억엔 가량을 활용하기로 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추가 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행에 대해서는 지난 10일 정례회의에서 엔고를 경시하지만 않았어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 기대로 인한 엔고는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또 이것이 주가 하락을 초래해 일본은행은 정부로부터도 추가 완화 압력을 받았고 결국 이번 처방은 정부의 입김에 의한 것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미흡한 초동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6일 발표된 일본의 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0.4% 성장에 그쳤음에도 엔화 강세나 디플레이션 진행에 대한 문제 의식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 측의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일본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시장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 주택시장 냉각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디플레 우려가 부상, 연준이 더블딥을 막기 위한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유럽의 재정 위기와 금융 불안의 불씨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엔고 압력은 다시 거세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엔고 대책을 위한 정부와 일본은행의 부담만 늘어갈 것이며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