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정부는 실수요자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강남3구를 제외한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적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연장, 취·등록세 감면 연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예상외의 다소 파격적인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이 나왔지만 부동산 거래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부동산 시장은 DTI 등의 조치보다는 얼어붙어 있는 매수 심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일대의 부동산중개사무소에는 내방하는 손님들을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전할 때 모습 그대로다.
시범한양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우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로 달라진 분위기는 없다”며 “급매물을 회수한다거나 가격을 올리는 등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이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않았다”며 “일주일 이상 지나봐야 분위기 파악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국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더 나아가 “전혀 관심 없는 듯하다”고 냉담하게 말했다. 또 “DTI 완화 등을 이야기하는데 돈 없어 안사는 것 아니다”며 “거래 심리 자체가 얼어붙어 있고, 전반적 분위기가 다운됐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활성화를 기대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달리 시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관망세라는 것이다. 대책 발표 하루 만에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진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지만, 매수 심리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쉽게 움직이기 힘들다는 뜻이다.
분당 서현동 한신타운 인근의 모범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오히려 더 조용해진 것 같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 심리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부동산시장의 수요층 자체가 많이 없다”며 “특히 요즘은 정부 대책 발표 하나에 바로 움직이는 분위기는 더욱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담긴 대책 발표인 만큼 시장 활성화에 대한 조심스런 기대도 갖고 있었다. 그는 “지켜봐야겠지만, 약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말했다. 물론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근의 유명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 발표 이후 문의 전화가 약간 늘기도 하고 급매물을 찾는 분도 있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 발표로 시장이 움직인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반응이다.
그는 “아주 좋아질 것이라 보진 않는다”며 “현재는 분위기 전환이 약간 이뤄졌으니 집값을 안 깎아주려는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덧붙여 “그래도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단기적 대책으로는 최선이 아니겠냐”며 “하지만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희생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더 기다렸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심리적인 것”이라며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좀 더 기다리면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고,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와 닿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현동 인근의 30평대 아파트 시세가 5억5000만원 선인데 4억5000만원 선까지 1억원 정도 내려가는 것이 정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값이 조금 더 내려가서 안정화되면 큰 기대 없이 실수요자가 집을 사게 된다”며 “이번 DTI 완화 때문에 무리하게 빚내서 욕심내는 매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중개업자 입자에서는 당장 거래가 성사되면 좋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악화돼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