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4세대 아반떼를 선보였고 GM대우는 올해 선보일 준대형차 알페온을 내놓았습니다.
쌍용차는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코란도를 부활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들 모두 시대흐름에 따라 멋진 디자인을 오롯이 뽐내고 있어 참 다행입니다.
눈여겨 볼점은 기아차입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디자인 담당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중형세단 K5를 선보이며 그의 재능을 잔뜩 뽐냈답니다. 기아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잘 살렸고 균형미도 완벽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터쇼에 등장한 새 차를 가만히 지켜보면 이전과 달라진 점이 눈에 보입니다. 바로 하나둘 사라져가는 도어 몰딩입니다.
'도어 사이드 몰딩'은 자동차 도어 옆면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적인 자동차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등장한 디자인 터치인데요. 도어 아랫부문에 그어진 두툼한 라인은 이제껏 필수요소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런 도어 몰딩은 단순하게 차체보호 차원을 벗어나 뚜렷한 기능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도어 패널의 강성 유지인데요. 넓은 도어 안쪽은 단단하게 채울 수 없습니다. 겉면에 이 몰딩을 붙이고 안쪽 프레임과 연결을 하면 얇은 패널 한 장으로도 인장력과 압축강도 그리고 디자인 형태 유지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몰딩이 달린 차는 그 주위를 눌렀을 때 쉽게 눌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 몰딩을 떼어낸 다음 도어를 눌러보면 '불룩 불룩' 눌리기 십상이지요.
이런 몰딩을 없애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는데요. 바로 메이커의 '프레스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레스 기술이 없는 메이커는 이 몰딩을 없애고 싶어도 방도가 없습니다. 떼어내자니 강도가 줄어들고, 붙여넣자니 유행에 뒤쳐지는 상황인 것이지요.
전 세계 메이저 모터쇼에 모이는 디자이너들은 새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우리도 이번에 몰딩을 뺐어요"라며 자랑하곤 했습니다.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디자이너의 창작도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니까요.
현대차 YF쏘나타부터 신형 아반떼(MD)까지 도어 손잡이를 가로지르는 날렵한 라인이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도어 몰딩을 없애는 대신에 이 라인을 선택한 것이지요.
기아차 역시 K5를 선보이면서 전신이었던 로체 옆면에 '두툼하게' 달려있던 도어 몰딩을 제거했습니다. 대신 도어 위쪽에 반듯한 라인을 빚어놓았는데요. 그만큼 프레스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 오늘부터 주변 자동차를 한번 둘러보시죠. 자동차 메이커의 기술력과 유행을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또 두툼한 허리띠를 찬 배바지 아저씨와 매끈한 골반바지 오빠를 구분하는 재미도 솔솔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