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이후 불어닥친 경기침체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기업군은 건설업종이었고 올해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비참한 최후를 맞고 있는 업종이 건설이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성원건설과 남양건설, 금광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호시절을 보내오면서 마구잡이로 사업을 벌려온 건 사실이다. 땅을 사고 아파트를 지으면 무조건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너도나도 아파트를 지어왔다. 정부에서 최저가로 발주한 토목사업 보다 주택사업이 더 큰 이익을 남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설사는 주택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3월말 전국에 주택사업 면허를 갖고 있는 기업은 5284개. 이 하나만 보더라도 건설사들이 그동안 얼마나 좋은 시절을 보내왔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불황 앞에서는 버텨낼 재간이 있는 건설사는 그리 많지 않다. 사업 구조자체가 그렇다. 한두푼짜리 사업이 아니라 수백억 수천억원이 투입돼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미분양이 다량으로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에 닥친다. 현금보유가 많다고 소문난 건설사도 1000여가구 정도의 미분양을 갖고 있다면 망가지는건 시간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4.23대책을 통해 4만여채의 미분양을 사들이겠다고 나섰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무려 5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방향에 혀끝을 차는 이들이 많다. "건설사들이 싼 똥의 뒷치닥거리를 정부가 해주고 있다"며 막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혜택를 비롯해 아파트를 사주기까지 하겠다고 하니 이런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어느 업종이나 비슷하다. 대기업이 무너져 내리려고 하면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풀어 이들을 구제한다. 부도로 기업이 망가지면 그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원인을 따져서는 실익이 없다. 만약 건설사들이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무너져 내린다면 국내 금융권도 안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부에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건설사에게 잘잘못을 따져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건설업의 위기는 곧 금융권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동성 위기의 원인을 건설사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내쳐버린다면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왜? 찾아왔는지 되새겨 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