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회장 승진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면 주말 준비(?)에 들어가는 금요일 저녁보다는 월요일 발표의 주목도가 높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실수'였다. 또 업계의 원로이기도 한 민 회장의 영전을 축하하기 위해 결정시점에 맞춰 서둘러 공표한 것이라도 승진 사실과 간단한 이력만을 덧붙이고 만 것은 '실례'였다.
그래서 조선업계에서 민 회장의 승진 결정을 두고 이러저런 말들이 나온다. 대체로 승진한 것이니 그 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내용이고, 일부에서는 퇴임을 염두에 둔 예우 차원의 결정이 아니냐는 등등 해석이 분분하다.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의 조선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가 크기는 하지만, 민 회장이 1942년생이니 진갑잔치를 앞두고는 퇴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설명이 배경을 이뤘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조선산업의 산증인 중 한 명인 최길선(64) 전 사장이 용퇴한 사실이 겹치면서 민 회장도 거취 결정을 할 시기가 다가 온 것 같다는 풀이도 뒤따랐다.
지난해 상담역으로 물러난 최 사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자사주 일부를 처분해 9억여원을 취득하는 등 현대중공업과의 공적인 인연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현대중공업측은 "그 동안의 역할과 실적에 대한 인정과 격려"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민계식 회장 중심으로 경영환경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로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민 회장 중심의 경영이라는 공식설명에도 토를 단다. 지금까지 민 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이기는 했지만, 공학도 출신인 그의 주된 역할은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 분야 업그레이드였고, 주요 경영결정은 최 사장의 역할이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제는 지난 12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된 이재성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결정의 중심이 됐다. 이재성 사장은 현대선물 사장, 현대중공업 기획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현대중공업측도 "(민 회장과 이 사장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업무 분장이라든지 결제라인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내부회람이 돌아야 하는데,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10여년 만에 맞닥뜨린 조선업황 불황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1위의 조선업체가 행보는 오히려 작은 것에도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보면, 회장 승진 사실을 알리는데 있어서 '실을 서둘러 풀다가 더 엉키는' 모습을 보인 점이 아쉽다.
더군다나 현재 국내 조선업계에서 오너를 제외한 유일한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의 출현이었다는 사실을 앞에 두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