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위기속에서 보수적인 경영을 펼친 재계가 올해는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총수들의 신년 메시지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가 '신시장 개척·글로벌 성장 확대'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경인년 새해를 맞아 신시장 개척과 글로벌 성장 확대 등 '호랑이'처럼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산업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창조와 스피드로 대응,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새해 메시지에서 "(올해)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며 "대전환기에 가장 절실한 경쟁력은 창조와 스피드"라고 밝혔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시무식에서 "구조조정을 끝낸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재공세가 예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2010년에는 100년 기업을 향한 '비전 2020'을 구체화하고 실현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실제로 삼성은 사업경쟁력 강화 등 공격경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에서 1위인 사업은 초경쟁력을 확보 한편 프린터, 컴퓨터, 생활가전, 시스템LSI, 네트워크, 이미징 등 육성사업은 조속히 1등 반열에 오르도록 사업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건강, 환경, 라이프케어 등 신규사업분야는 기존의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사업과 함께 10년 후 삼성전자의 양대 축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조직이 적극 협력해 사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그룹는 국내외 자동차시장을 동시에 공략, 글로벌 선두업체도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품질 및 원가경쟁력 제고, 내부 역량 강화, 고객을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 제품 개발 및 적기 공급, 효율적 조직운영,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한 조직역량 결집 등을 추진하겠다"며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16%가량 높인 540만대로 정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비상경영체제 강화 ▲고객 존중 경영 ▲투자 및 고용 확대 ▲선진적 노사문화 정착 ▲친환경 경영 등을 올해의 중점 경영과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국내외 고객들의 만족도를 한 차원 높여 브랜드력을 향상시키고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며 "글로벌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기업 이미지와 품격을 갖출 수 있게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화두를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4자성어를 인용해 공격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지난해 SK그룹의 화두 '생존(survival)'과 확연히 대비된다.
최 회장은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글러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업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면서 "한국에 있는 구성원들도 모든 역량을 글러벌라이즈(국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며 성장과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기존 사고의 틀을 깨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내고, 그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업의 판을 새로 짜고 올 초 중국 통합법인을 신설하는 한편 모든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게 최 회장의 계획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새 사업기회에 과감히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며 사업판도를 바꾸는 기반기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말 "어렵더라도 인적 구조조정은 안된다"고 강조했던 구 회장이 이번에는 공격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은 "세계 성장의 중심이 될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자원투입을 늘리고, 긴 안목으로 현지 인재를 키으며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변화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도 어려우므로 미래준비, 창의자율·고객가치 등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변화를 주도'하라"고 강조했다.
'롯데 브랜드의 세계화'를 선언한 롯데그룹도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다는 목표다.
신격호 롯데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롯데 브랜드의 세계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찾아가는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서도 롯데는 참신하다는 이미지로 각인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난 10년간 중국·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서 시장을 넓혀 왔다"며 "그동안 해외사장 개척 결과에 안주하지 말고 중동·중남미·아프리카 지역까지 새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지게 되며, 이는 곧 도태"라고 지적하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운영과 내실있는 성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조 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항공사로 자리잡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정도를 실천하는 기업이라는 믿음을 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글로벌 항공사로 자리매김하자"고 덧붙였다.
두산그룹, 한화그룹 등도 글로벌 성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외생변수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 품질과 가격경쟁력 제고, 적극적인 글로벌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올해는 한화의 글로벌 성장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원년이자 해외시장 개척을 가속화하는 '극기상진(克己常進·자기 자신을 이기고 항상 앞으로 나아간다)'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회장은 "그룹의 해외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한 해를 시작하겠다"며 "필요하다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장에 설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