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2%→2.0%로 하향 조정
"韓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하방 리스크가 더 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가 2.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한 달 만에 기존 전망(2.5%)보다 0.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2.2%에서 2.0%로 낮췄다. 예상보다 부진했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트럼프 2기 출범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IMF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라훌 아난드 한국 미션 단장 등 IMF 협의단이 2024년 연례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한국에 방문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등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과 시행한 면담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IMF는 협정문에 따라 매년 회원국의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연례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후 IMF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국가별 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2.2%, 2.0%로 전망했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5%, 2.2%로 제시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기존보다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올해 3분기 성장률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IMF가 이날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고 정부(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5%), 한은(2.4%)보다는 0.2∼0.4%p 낮다. 앞으로 주요 기관들도 3분기 GDP 속보치(0.1%)를 고려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달 28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며 국내외 환경 변화에서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물가 안정 목표(2.0%)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은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적절해 보인다"며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점진적인 금리 인하 필요성도 언급됐다. 아난드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서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한 것은 적절하며 최근 물가 상황을 고려해 올해 10월 금리를 조정하기로 한 결정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 수준보다 높지만,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고정적으로 안정화돼 있다"며 "가계부채 관련해 여러 건전성 조치가 취해져 있기 때문에 점진적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조개혁 방안으로는 출산율을 저해하는 경제적 제약 요인 완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 외국인 인재 유치 등을 제시했다. 연금제도 개혁과 세입 확충 등 재정 구조개혁도 거론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난드 단장은 "수출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주요한 동인"이었다며 "수출 다변화라고 하면 꼭 수출 시장의 다변화뿐 아니라 제조업 기반의 수출에서 서비스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다변화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 우선순위로는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고령화로 인한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혁과 재정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재정 구조개혁 필요성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