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다크웹 위장거래 비용 어떻게 증빙하나” 檢 반발
자료 제출에 특경비 살아날 가능성…특활비는 0원 예상
국회가 내년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하자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사기관 특성상 ‘내역 증빙’ 자체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검찰청 등 주요 6개 검찰청이 지난해 일정 기간 사용한 특경비의 세부 지출내역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검찰 특경비 사용내역이 국회에 제출되는 것은 처음이다.
특활비‧특경비는 일상업무 외의 수사, 조사 등에 쓰는 예산이다. 특활비는 총액으로만 예산으로 편성해 기관이 자율적으로 사용한다.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며 주로 기밀성이 필요한 수사 활동에 쓰인다.
특경비도 수사‧정보 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구성되지만, 영수증 처리가 필요하다.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와 수사관 모두에게 지급되는 활동 수당이 포함돼 있다. 매달 30만 원 이내 개인지급분과 부서별 법인카드 등이다.
검찰 특활비는 2017년 179억 원에서 이듬해 142억 원, 지난해 80억 원, 올해 72억 원으로 감소했다. 특경비는 416억 원(2017년)에서 꾸준히 늘어 500억 원대다. 법무부는 내년 예산안으로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 특경비 506억9100만 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무부의 2025년도 예산안 중 검찰 특활비‧특경비를 모두 ‘0원’으로 의결했다. 당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두 비용 모두 내역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기에 전액 삭감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입증을 못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령 마약이나 다크웹 사이트를 수사하면서 위장거래 하는 비용이나 해외정보원을 만나는 쓰는 비용 등 내역을 어떻게 증빙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내역이 공개되면 수사 과정이 노출돼 범죄 적발에도 지장이 있다”며 “기밀이 유지돼야 하고, 증빙이 어려운 부분을 가지고 다른 수사기관이 아닌 검찰 예산만 전액 삭감하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야당이 언급하는 것처럼 특활비가 기관장 쌈짓돈으로 쓰이는 게 아니고, 기밀 수사나 현장비로 대부분 활용된다”며 “전액 삭감은 정치적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초동 한 변호사는 “특활비는 격려금 등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쓰여온 게 여러 번 적발된 적 있지 않나”라며 “용처를 큰 틀에서라도 구분해 내역을 제출해야지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면 깜깜이 예산이 된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그간 국회에서 특활비라는 성격을 이해하고 관대하게 넘어간 측면이 있었다”며 “국정원도 기밀 내용은 국회의원에게만 보여준다. 아주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더라도 검찰이 국회 요구에 맞춰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특경비 예산은 살아날 여지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에 특경비, 업무추진비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뒤 이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특활비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