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10일 국회 문회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최 청장은 이날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광화문 현판 한글화 가능성에 관해 묻자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최 청장은 7월 문체위 업무보고에서 "고증과 복원의 원칙은 가장 마지막 있을 때의 원형을 살리는 것으로 돼 있다"며 현재의 한문 현판 유지를 고수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광화문 현판은 1968년 복원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 현판을 걸었고 40여 년간 유지됐다. 이후 201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한자로 된 현판을 공개했다가 약 3개월 만에 균열이 생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지금의 현판은 여러 차례 전문가 논의와 연구 용역을 거쳐 약 13년 만인 지난해 10월 다시 걸린 것이다.
지금 걸려 있는 광화문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 금박을 입힌 글자 형태다.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와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최 청장은 이를 언급하며 "현판은 1865∼1868년 경복궁을 중건했을 당시 걸려 있던 현판에 가깝게 고증해야 한다는 게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에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과정과 제작 비용 등을 본다면 (현판 제작에) 다사다난한 과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의견을 통해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관련해서는 "정상적인 소장으로 보기 어렵다"며 "(반환을 위한) 협상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상주본은 2008년 경북 상주의 고서적 수집 판매상 배 모 씨가 이사하던 중 발견했다며 한 언론에 제보해 존재가 알려졌다. 배 씨는 상주본이 서울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과는 다른 해례본이라며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배 씨는 상주본의 가치가 1조 원 이상이라며 국가에 반환하는 대신 1000억 원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국가유산청은 2019년 '상주본을 국가가 회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수차례 반환 촉구 공문을 발송하고 2022년에는 배 씨의 사무실과 다방 등을 수색했으나 상주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최 청장은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세워서 (논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