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가 내세운 기회경제는 무엇

입력 2024-08-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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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이 애용하던 표현, 해리스가 이용
‘다양성’, ‘평등’ 배제하는 대신 기회경제
모호한 표현이지만 유권자 아우르는데 이점
경제 정책, 친노동자에서 친소비자로 범위 넓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에어포스투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메릴랜드(미국)/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에어포스투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메릴랜드(미국)/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낙점된 후 몇 주에 걸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언급한 용어가 있다. ‘기회경제(The Opportunity Economy)’다. 과거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이 단어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경제 공약을 대표하는 용어로 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회경제라는 단어를 자녀 양육과 부동산 구매, 기업들의 가격 인상 금지 등 자신이 펼치는 모든 정책을 포괄하는 데 쓰고 있다.

기회경제를 먼저 사용한 쪽은 공화당이다. 공화당은 ‘애국심’, ‘자유’와 함께 이 단어를 애용했다. ‘정부의 역할은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이들의 입장을 내세울 때 주로 이용됐다.

이처럼 기회경제라는 표현은 양당 누가 써도 될 만큼 의미가 모호하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용어를 다시 꺼내면서도 모호한 설명으로 일관했다. 그는 “기업과 노동 단체가 협력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식료품처럼 생활 필수품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써 기회경제를 언급했다.

이는 저소득층이 고소득 일자리를 얻게 하거나 집을 구매하는데 연방 정부 자금을 활용하려는 민주당의 의제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재분배와 형평성, 다양성과 같이 그간 민주당이 내세워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한 이미지는 제외하는 효과를 띠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특히 공화당이나 스윙보트 유권자를 아우르는 동시에 경제에 불만을 품고 평등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는 민주당 유권자를 결집하는 데 쓰이고 있다. 전 민주당 하원의원인 카일리 오버슨이 “기회경제는 이 단어를 듣는 모든 사람에게 다른 의미를 줄 것 같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모호한 표현을 놓고 경제학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회경제는 플랫폼이라기보다는 매력적인 진부한 표현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더그 엘멘도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기회는 미국적 정신에 부합한다”며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됐거나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 다양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WSJ는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에서 기회는 자주 언급됐지만, 다양성과 평등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그의 발언은 조 바이든의 ‘노동자 중심 정책’에서 (더 넓은) 소비자로서의 미국인을 위한 정책으로 미묘하게 강조점을 옮기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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