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민주당 대표 선거 중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상대인 김두관·김지수 후보를 압도하며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힌 이 대표는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을 현실화하며 일극 체제를 구축했다. 당 장악력을 키운 이 대표는 정부·여당을 지속해서 압박하는 '대여 투쟁'과 '먹사니즘(먹고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념)'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이 대표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김두관·김지수 후보를 크게 따돌리며 당 대표에 선출됐다. 전국 순회 경선에서 줄곧 80~90% 안팎의 득표율을 보여 온 이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 56%와 대의원 투표 14%,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한 결과 85.4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연임을 확정했다. 사실상 이변은 없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전당대회를 거쳐 선출된 당 대표 중 첫 연임 사례로 기록됐다. 이날 전당대회 역시 사실상 이재명 대선 출정식 같은 분위기를 엿보였다.
이재명 2기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에는 △김민석(18.23%) △전현희(15.88%) △김병주(13.08%) △한준호(14.14%) △이언주(12.30%) 의원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이재명 팔이 척결'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정봉주 후보는 이날 종합 득표율 11.70%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정 후보는 한때 수석 최고위원까지 노렸던 모습이 무색하게 종합 득표율 6위로 추락했다. 정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눈치 보지 말고 할 말은 거침없이 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간 이 후보는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먹사니즘을 내세우며 민생을 강조해왔다. 이에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출범하는 민주당은 이 대표의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바탕으로 먹사니즘과 관련된 민생 정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최근 중앙위원회 회의를 통해 강령·당헌 개정안에 기본사회를 담은 것과 당내에서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본사회포럼·대전환 시대 성장포럼 등 정책 조직들이 설립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선 먹사니즘을 두고 대권 행보를 위한 이 대표의 우클릭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얼마나 실용적인 정책으로 이어질지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결국 문제는 다 먹고사는 문제"라며 "피할 수 없는 보편적 기본사회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행복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도 표심 확장을 위해 내세웠던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정리할지도 숙제다. 그간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재검토 등 그간 민주당이 유지해 온 색채와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이와 관련해 "개인 의견"으로 평가하며 금투세 시행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내부적인 정리가 필요할 전망이다.
당원 주권 강화 역시 이재명 2기 지도부의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선 내내 민주당이 ‘당원 중심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왔고, 민주당은 당 강령 개정안에 '당원 중심 대중정당'을 구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다수당의 권한을 앞세워 특별검사(특검) 법안 추진과 국정조사, 청문회 등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는 등 대여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영수회담 역시 지속해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2기 지도부는 대권을 위한 물밑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대권 작업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결과가 올해 10월께 있을 예정이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