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말라리아’ 경보…현명한 말라리아 예방법 [e건강~쏙]

입력 2024-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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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의료진과 함께하는 ‘이투데이 건강~쏙(e건강~쏙)’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알찬 건강정보를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천·경기·강원에 이어 서울에서도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면서 야외활동이 크게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모기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삼일열 말라리아’ 사람간 전파 안돼

국내에서는 지난 6월 18일자로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가 발령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말라리아 매개모기 조사감시사업’을 통해 올해 23주차(6월 2~8일) 말라리아 위험지역(서울·인천·경기·강원)에서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가 3개 시·군 이상에서 증가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올해 주의보 발령은 전년(24주차) 대비 1주일 이른 것으로, 이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의 23주차 최고 기온(27.3℃)이 평년 및 전년 대비 약 2℃ 높아져 모기 활동이 다소 빨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질병청은 올해부터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4개 시도(서울·인천·경기·강원) 내 53개 시·군·구로 확대했다. 또 위험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예방수칙 및 인식도 제고를 위해 ‘말라리아 주의보-경보체계’를 도입해 말라리아 유행을 조기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말라이아 환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질병청이 발간한 ‘주간 해외감염병 발생동향’를 보면 올해 7월 27일 기준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누적 기준 367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질병청이 6월 집계한 23주차(1월 1일~6월 8일)까지 총 101명 보다 최근 크게 늘었다.

최근 5년간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연간 300~700명 수준이다. 질병청 자료를 보면 말라리아 환자 수는 2019년 559명,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 2022년 420명이었고 지난해에는 747명이 발생했다. 주로 20~30대 환자가 가장 많으나, 19세 이하 소아 환자도 매년 20~30명 발생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질병청 감염병정보에 따르면 잠복기는 단기의 경우 7~20일, 평균 14일이며 장기 잠복기는 6~12월이다. 발생 시기는 주로 5~10월에 집중되며, 주로 북한 접경지인 인천·경기·강원에 발생 비율이 높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발생한다.

대체로 감기와 유사한 증상(발열·오한·발한 등)이 나타나며, 48시간을 주기로 반복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되며 사망사례는 거의 없다.

건강한 여름 보내기 위한 말라리아 대처법

평년보다 따뜻해진 날씨와 증가한 야외 활동으로 인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환자가 늘고 있고, 소아가 말라리아에 걸리면 걱정이 커질 수 있다.

박환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의 주요 증상은 48시간 주기로 반복되는 오한, 고열, 발한이다. 두통, 설사, 구토 등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다행히 대부분 치명률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에서 ‘열대열’이나 ‘원숭이열’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병의 진행이 빠르고 의식 소실이나 발작, 혼수상태, 다발성 경련, 저혈당, 급성 신장 기능 이상, 황달, 폐부종, 쇼크 등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주요하다.

말라리아의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속 진단 검사 먼저 시행 후 확인 진단 검사로 현미경 검사 또는 유전자 검출 검사를 시행한다.

국내 삼일열 말라리아의 치료는 보통 경구 약제를 통해 진행된다. 소아의 경우 6개월 미만 영아는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 있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박환희 교수는 “말라리아 원충의 종류나 유행 지역에 따라 약물 내성이 다르므로, 해외 방문 국가 및 감염지역을 고려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면서 “적절한 약물로 일정 기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진단 시 반드시 적합한 약물로 치료 기간을 완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말라리아가 감염질환이어서 사람 간 전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말라리아 환자는 사람 간 전파가 불가하므로 특별한 격리가 필요하지 않다. 박 교수는 “다만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를 문 모기가 다른 사람에게 원충을 옮길 수 있으므로, 말라리아에 걸린 환자는 3주 정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려면 모기가 많이 활동하는 여름철, 저녁 시간대에 야외활동 시 긴소매 옷 착용과 모기 기피제 사용을 통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말라리아 발생 지역에 거주 중이거나 방문 예정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박환희 교수는 “국내 말라리아는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어 적절한 예방과 조기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여름 휴가철 야외활동과 해외 방문이 증가하는 만큼, 모기 예방에 각별히 신경 쓰고 의심 증상 발생 시 신속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라리아 확산 막으려면 ‘환경 정비·유충 제거’ 등 선제 대응 중요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서 말라리아 감염이 늘고 있는 만큼 말라리아 유행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현재 수도권 및 강원도 전 지역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고 그 발생 범위가 점점 남쪽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장마철에 말라리아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더 큰 규모의 유행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삼일열을 일으키는 주된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얼룩날개모기속의 암컷 모기이며 ‘학질모기’라고 불린다. 모기의 경우 가시거리는 1m 정도로 형체는 구분하지 못하고 사물의 존재 여부만 판단하는 등 시각이 약하다. 반면 사람이 호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및 땀의 주성분인 젖산, 아미노산 등의 체취를 촉수로 20m 이상의 거리에서도 감지해낼 수 있어 후각이 뛰어나다.

한 지역에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면 환자 발생지 500미터 이내에 말라리아 원충을 가진 모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 지역에서 추가 환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암컷 모기 한 마리는 약 한 달 동안 살면서 5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데 장소는 고인 물이다. 모기가 알을 낳고 2일 정도면 부화해 유충인 장구벌레가 된다. 그 후 1~2주에 걸쳐 4번의 허물을 벗으며 번데기로 자라고 2~3일 후 성충이 돼 날아간다.

신 연구위원은 “나를 흡혈하는 모기는 멀리서 온 모기가 아니라 내가 생활하는 인근에서 태어난 모기라는 의미”라며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내가 사는 지역에서 모기가 알을 낳지 못하도록 환경 정비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가 온 뒤 집주변 쓰레기와 물이 고일만한 물건들은 치우거나 물을 비워 모기가 산란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말라리아는 장마철이 지난 후 확진자가 급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경 정비를 통해 모기가 산란할 수 없도록 고인 물 등을 없애고 유충을 제거해 최대한 모기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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