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훼손·미정산금 폭탄, 누가 인수?
구영배 무책임에 비판 여론 높아
판티몬·위메프(티메프)발 정산 지연 사태를 겪고 있는 큐텐그룹 계열사 조직에 균열이 시작됐다. 그룹 차원의 자금난 해소에 답이 없다고 판단한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가 각각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기업가치·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터라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구영배 큐텐 대표는 검찰 압수수색 등으로 사법 리스크 위기에도 직면했다.
1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 자회사 위메프는 큐텐, 티몬과 별개로 매각을 검토 중이다. 같은 큐텐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인터파크커머스는 도서전문 온라인 플랫폼 인터파크도서, 종합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쇼핑, AK몰을 운영 중이다. 티메프 셀러 미정산 여파로 인터파크쇼핑, AK몰도 정산금 지급 지연 사태를 겪고 있다.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그룹과 상관없이 자체 매각 카드를 꺼낸 건 구 대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큐텐그룹에 묶여 상황 악화에 휩쓸리기 보다는 ‘각자도생 매각’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가 그룹사 주도가 아닌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의 기업실적·이미지는 크게 떨어졌다. 위메프의 작년 매출은 13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25억 원으로 1년 새 500억 원 가량이 증가했다. 자본총계는 -2398억 원을 기록해 자본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도 작년 157억 원의 영업손실을, 138억 원의 순손실을 각각 냈다. 게다가 최근 티메프 사태로 인해 기업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당장 셀러 미정산금이 최대 난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급 기한이 5월인 위메프의 셀러 미정산액은 854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6~7월 정산금까지 합치면 수천억 원에으로 불어난다. 인터파크쇼핑, AK몰의 미지급 정산금 규모는 각각 35억 원, 150억 원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미정산금을 떠안아야 하는 판국에 누가 선뜻 매수할지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도 이날 위메프 인수 후보로 거론되자마자,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셀러, 소비자들이 실망했고 기업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는데 매입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두 기업은 지금 적자이고 미정산금도 있고, 인수 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는데 누가 사겠느냐”고 평가했다.
업계는 구 대표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이 결국 이런 사달을 냈다고 입을 모은다. 구 대표가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계열사 상황도 악화일로라는 것이다. 특히 구 대표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정작 미국 ‘위시’는 매각안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자신만 손해를 안 보려는 인물”이라면서 “법원에 (티메프) 기업회생 신청도 결국 시간끌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구 대표는 심각한 사법 리스크 위기에 처해 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티몬과 위메프 본사, 구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셀러 미정산 사태로 인해 최근 검찰과 경찰에 구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셀러·소비자의 고소가 빗발치면서 구 대표의 구속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