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견제 없이 셀러 판매 대금 유용
큐텐 해외 셀러도 미정산 사례 속출
티몬·위메프(티메프)에서 시작한 정산지연 여파로 같은 큐텐그룹 계열인 인터파크쇼핑, 인터파크도서, AK몰 마저 판매자(셀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큐텐에 입점한 해외 셀러도 정산 지연에 발목이 잡히는 등 티메프사태가 해외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큐텐그룹이 각 계열사의 재무조직을 무력화시키고 구영배 큐텐 대표가 판매대금을 유용한 것이 이번 사태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31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큐텐그룹 계열인 인터파크커머스의 도서전문 온라인 플랫폼 인터파크도서가 이날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티메프 사태가 장기화하자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서비스 재개 시점은 티몬, 위메프 사태 정상화 시점인데, 사실상 무기한 연기인 셈이다.
인터파크커머스의 종합온라인쇼핑 플랫폼 인터파크쇼핑과 AK몰도 티메프 사태 여파로 인해 셀러 정산금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두 플랫폼 소속 일부 셀러는 29일 밤부터 정산대금을 받지 못했고 30일 오후 인터파크커머스도 이 사실을 공식화 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 미정산 사태 영향으로 판매 정산금을 받지 못했고 일부 PG사의 결제 대금 지급 보류 영향으로 판매대금 정산지연이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큐텐에 입점한 해외 셀러에 대한 정산대금 미지급 사례까지 등장했다. 싱가포르 매체 더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큐텐에서 건설·생활용품을 판매 중인 제프리 퀙(Jeffrey Queck)은 작년 3월 큐텐으로부터 1만2000달러(약 1650만 원)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2011년부터 큐텐을 통해 미용·생활용품을 판매한 미스 샨(가명)도 작년 2월 이후 큐텐으로부터 8000달러(약 1100만 원)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 당시 큐텐은 해외 셀러에게 ‘기술적 오류(technical issues)’로 인해 정산금 지급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의 결정적 원인으로 재무조직 해체와 구 대표의 대금 유용을 꼽는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뒤 재무 기능을 마비시켰다. 큐텐은 작년 4월 티몬의 기술본부를, 이어 그해 6월 개발과 재무조직을 흡수했다. 또 큐텐은 작년 5월 위메프를 인수하자마자 개발과 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했다.
이들의 개발·재무조직을 관리한 건 큐텐의 기술 부문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였다. 류광진 티몬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티몬은 재무 조직이 없고 MD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 재무조직을 무력화시킨 구 대표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채 티몬과 위메프에서 돈을 끌어다 썼다. 이 자금은 현재 정산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셀러들의 돈이었다. 구 대표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몸집을 불려야 했다.
이를 위해 올 2월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인수했다. 큐텐은 위시 인수 대금 납부 기한을 앞두고 4월 11일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200억 원을 빌렸다.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 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실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