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줄여 흑자냈지만 휴면카드↑
고금리와 연체율 급등으로 올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카드사들이 2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용절감으로 얻어낸 실적 개선인 만큼 하반기에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경영 전략을 지속할 것이란 데 힘이 실린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을 대거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덩달아 줄어들면서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 등 5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1조198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5% 증가했다.
상반기 가장 많은 순익을 기록한 카드사는 신한카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7% 증가한 3793억 원을 달성했다. 이어 △삼성카드(3628억 원·24.8%) △국민카드(2557억 원·32.6%) △하나카드(1166억 원·60.6%) △우리카드(840억 원·2.4%) 순이었다.
실적 개선은 사용액이 늘어난 덕분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카드 승인 금액은 301조7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승인 건수도 73억8000건으로 4.3% 늘었다. 특히 온라인 쇼핑 및 해외여행 관련 산업 매출이 크게 확대됐다. 카드사는 카드 승인 금액의 일정 비율에 대해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카드 이용 금액이 늘면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마케팅비와 광고비 등이 포함된 판매관리비를 감축하며 비용을 효율화한 영향도 있다. 국민카드는 상반기 2896억 원의 판관비를 지출하며 1년 전보다 4.3% 감축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도 판관비를 9616억 원에서 9444억 원으로 1.8% 줄였다.
허리띠를 졸라맨 여파로 단기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외형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 창출 기회도 축소되고 있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올해 2분기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개인 신용카드의 신규 회원은 244만3000명으로 전년동기(254만5000명) 대비 10만 명가량 줄었다. 6월 기준 75만6000명으로 올해 최저를 기록했다.
신규 회원이 줄어들면 마케팅을 통해 부가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낼 기회가 축소될 뿐 아니라 휴면 카드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실제 올 2분기 휴면카드 수는 1487만7000장으로 전년동기(1297만4000장) 대비 약 14.67% 증가했다. 지속되는 휴면카드 증가로 카드사의 발급, 관리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사들이 내실 경영에 나서며 혜택이 많은 ‘혜자카드’는 줄줄이 단종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단종된 카드는 373종으로 전년동기(159종)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무이자 할부 혜택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카드사 대부분이 최장 12개월 무이자할부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최대 5개월이다. 일부는 3개월까지만 무이자를 제공한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 상품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개선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카드론 증가세에 따른 연체율 상승 우려가 제기되며 건전성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어난 카드론 잔액이 하반기 건전성 리스크로 돌아올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 인하와 마케팅 비용 축소 등 비용 효율화로 실적이 오른 것은 맞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다”며 “금리인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반기 영업환경은 계속해서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