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 “IR, 밸류업 기업이라면 가져야 할 책무이자 태도”

입력 2024-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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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우등생 포스코인터내셔널…임원급 IR실장이 성장계획 직접 소개 인상적”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기업이 적절한 가치를 받고자 하는 IR협의회 활동 자체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IR를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이 활발해지면 저평가받던 기업은 적정가치로 평가받을 뿐 아니라 이유 없는 주가 변동성을 축소시키고 안정적인 투자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정석호 한국IR협의회 회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IR는 자본시장이 발전할수록 상장기업이 가져야 할 당연한 책무이자 태도다. 이제는 IR가 우리 기업 문화로 정착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2분기 실적 시즌 막이 올랐다. 올 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 발표하면서 돈까지 버는 회사”라며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다.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숲, 구 아프리카TV)다. SOOP은 컨퍼런스콜 대신 자사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지난해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채팅창에 접속한 투자자들은 “이게 진짜 IR”이라며 별풍선과 애드벌룬(시청자가 광고를 보고 BJ에게 후원하는 방식)을 줄줄이 쏘아 올려 열띤 반응을 보이는 한편 “네이버는 치지직(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놔두고 왜 컨퍼런스콜로 IR 진행하냐” 등 볼멘소리도 내놓았다.

숲은 별풍선 호조에 힘입어 올해도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은 모두 증권가 컨센서스를 뛰어넘었으며, 내년에는 그 이상의 실적까지 예상되고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IR 소통이 시장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성공적 사례다.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해로 설립 15주년을 맞이한 한국IR협의회는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의 IR 인식과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만든 비영리사단법인이다. 국내 유일의 IR 전문 교육기관으로 기업 내 IR최고책임자(IRO)를 대상으로 IR 교육을 진행하고, IR 역량 강화를 위해 IR 실무에 필요한 표준서식, 표준모델, 업무 매뉴얼 등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상장법인 IR모범규준’을 제정해 상장법인이 준수해야 하는 IR 기준을 마련했고, 2022년에는 시가총액 5000억 미만 중소형 코스닥·코넥스 기업 위주로 보고서를 발간하는 산하 독립조직 ‘기업리서치센터’를 출범해 운영 중이다.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중대형 기업 위주로 리포트를 내 소형주 종목에 대한 기업 정보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IR 활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인식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먼저 인식이 바뀌어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 상장사들은 IR에 대해 충분한 인식과 활동이 부족하다”며 “IR협의회에서 1년에 20여 개의 교육을 개최하면 참석기업은 100여 곳에 불과하다. IR 교육이 현재 의무가 아닌 자율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IR협의회는 작년 말 최고경영자(CEO)의 IR 활동 참여를 의무화하는 ‘상장법인 IR모범규준’ 개정안을 내놓았다. IR 자료에 실적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위험, 무형자산, ESG 등 비재무 정보도 포함하고, 대면(오프라인) IR 이외에도 인터넷 생중계, 화상 IR 등 온라인 IR를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 강화 등이 골자다. 다만 모범규준인 만큼 법적 강제성은 없다.

정 회장은 “IR는 CEO들이 주도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지 않으면 확산할 수 없는 구조”라며 “국내 2000개가 넘는 상장법인 가운데 지난해 IR 기업설명회를 연 기업은 고작 25%였다. 코스닥 기업들 같은 경우에 순수하게 IR 업무에만 집중하는 팀을 갖추지 않고 다른 업무들과 병행하다 보니 IR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IR협의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내 상장사 중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IR 활동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기획지원본부 산하의 IR 부서를 실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고, 신사업 해외 출장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등 IR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포스코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간담회에는 그룹 IR 담당자 6명이 일제히 참석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미국 IR 컨퍼런스 니리(NIRI, National Investor Relations Institute)에 참석했을 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IR 조직을 제대로 갖춘 임원급 IR실장이 나와서 회사의 성장 계획을 직접 소개했다”며 “IR 파인(FINE)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인상 깊었다. 기업이 적극적인 IR 활동을 펼쳐야 공정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IR 고유 목적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IR파인은 한국 IR협의회에서 2022년 8월 출범한 IR종합워크 플랫폼 서비스다. 연간 IR일정을 구글캘린더와 연동해 기록·관리할 수 있고, IR 통계 정보를 요약해 KPI(핵심성과)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 또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DB 및 사내 IR 담당자들 간의 실시간 자료 공유가 가능한 게시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장’이라는 단기 목표만 달성하고 나면 IR에 소극적인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후 2년 동안 최소 연 1회는 IR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 정 회장은 “기업들이 IR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IPO 준비 과정에서부터 IR를 지원하고 있지만, 2년이 끝나면 IR를 안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최초 IPO 단계에서는 자금 조달 또는 상장을 목적으로 IR를 활발히 열다가 상장 이후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 국내 IR 문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이 됐지만, 아직까지 기업문화로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기업들이 위축될 수 있어 어떻게 지속적인 IR를 유도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임기 최대 목표로는 IR 문화 확산을 삼았다. 정 회장은 “분기별 IR 활동이 이상적이지만, 적어도 연 1회 이상 IR를 개최하려는 분위기와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부적으로도 투자자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리서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 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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