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흰 맞벌이 부부라 평일에 마트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젠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장 볼 수 있어서 좋네요.”
일요일인 28일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 정육코너 앞에서 만난 주부 이유미(35, 가명) 씨는 “과거 일요일 마트 휴무는 두 사람 모두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바뀐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두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씨는 “예전엔 격주마다 일요일에 마트가 쉬는 탓에 간혹 헛걸음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걱정 없이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일요일에 마음 편히 장을 볼 수 있게 된 건 서초구가 구내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덕분이다. 이마트 양재점은 기존 2·4주 일요일 휴업일을 수요일로 변경했다. 평일 대신 주말에 문을 연 이곳은 아이와 손잡고 온 가족과 부부들이 물건을 고르며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날 이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대체로 많은 직장인이 쉬는 일요일 특정 구분 없이 언제나 방문이 가능해진 만큼 고객 편의성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저녁에 먹을 쌈 채소를 고르던 정인숙(56) 씨도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을 반겼다. 정 씨는 아직 주말 휴업을 유지 중인 강남구에 거주하는 탓에 일부러 서초구까지 달려왔다.
그는 “요즘엔 온라인에서도 물건을 자주 구매하지만, 먹거리 같은 건 마트에 직접 보고 구매하는 걸 선호한다”며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해 서로 좋아하는 걸 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정 씨는 “하루빨리 다른 지역들도 평일 휴업으로 바뀌어 편하게 장 보러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고 부연했다.
반면 의무 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이를 알지 못한 소비자들이 헛걸음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평일 의무휴업일(수요일)인 17일 오후 5시 찾은 롯데마트 서초점 앞엔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22명의 소비자들은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몇몇 이들은 문에 달린 ‘열림’ 버튼을 수차례 눌러보거나, 자물쇠로 묶인 문을 흔들며 허탈해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수요일 휴업을 아예 몰랐다며 관련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근 회사에 근무 중인 김석현(40) 씨는 “직장 동료와 먹을 음식을 사러 왔는데, 수요일에 영업을 안 하는 지 몰랐다”며 “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 소비자는 의무휴업일을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효영(35) 씨는 “서울 전체가 아니라 몇몇 자치구만 휴업일이 다르니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예 똑같이 바꿔야 소비자들이 헷갈리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홈플러스 동대문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아내와 저녁에 함께 먹을 요깃거리를 사러 왔다는 정병노(65) 씨도 ‘오늘은 정기휴무입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 씨는 “오늘 정말 문을 닫은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럴 줄 알았다며 집 근처 마트를 가는 것인데 괜히 헛걸음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대문구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수요일)로 전환한 자치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