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심야 배송 허용 선언
법 개정 남았지만 공휴일→평일 휴업 확산 기대↑
대형마트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붙잡던 족쇄가 사실상 12년 만에 풀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와 SSM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하고 영업제한 시간(자정~익일 오전 10시)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한 영향이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문턱이 남았지만, 정부의 방침에 시민들도 박수를 보내고 있어 유통업계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서초구는 서울시내 자치구 중에서 처음으로 28일 의무휴업일을 일요일 대신 평일로 전환했다.
그동안 깜빡하고 헛걸음했던 시민들은 일요일 정상영업 덕에 모처럼 여유 있는 장보기를 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초구 소재 대형마트와 SSM은 매주 일요일에 정상영업하고 둘째·넷째 수요일에 휴업한다. 서울시 자치구에서 의무휴업일을 변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 양재점, 롯데마트 서초점, 킴스클럽 강남점 등 대형마트와 GS더프레시,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SSM 34곳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다. 이어 동대문구도 내달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수요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동대문점과 롯데마트 청량리점은 일요일 영업이 가능해진다.
업계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의 평일 전환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 추진을 선언하면서다. 정부는 최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정한 원칙을 삭제하고 대형마트 영업 제한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유발법 따르면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정한 원칙을 없애려면 법 개정이 우선이지만, 업계는 정부 기조에 맞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개정 등으로 주말 영업을 허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대구시와 청주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 서울시 서초구와 동대문구가 평일 의무휴업으로 변경하자 현재 노원구, 성동구 등도 상황을 주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주말 영업 등으로 인근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를 보게 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기대했다.
여론도 대형마트 규제를 해소해야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과 심야 영업금지 시간에 온라인 거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 응답이 78.9%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방침으로 이마트, 롯데쇼핑 등 대형마트 사업자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의무휴업 변경 시) 대형마트 단일점포의 매출액은 기존 대비 4%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 해소) 논의 동력을 얻은 것”이라면서 “정부가 (규제 해소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무적이고 이를 기점으로 여러 의견이 더 많이 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