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전운 짙어가는 ‘관세전쟁’ 대비해야

입력 2024-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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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시 초강력 ‘관세폭탄’
보복관세·교역량 급감 등 악순환
수출호조 안주 말고 시장다변화를

세계 교역환경에 ‘관세전쟁’의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미·중 간 관세분쟁이 현재도 유효한 상황에서 올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등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정부가 맞대응을 선언함으로써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관세공약이 시행될 경우 세계 관세전쟁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은 5월14일 중국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8개 품목군에 대한 25~100%의 추가관세 부과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트럼프 정부도 2018~2019년 중 네 차례에 걸쳐 대중 수입액의 73%를 차지하는 품목에 15~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한 바 있는데, 바이든 정부도 이와 비슷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중국의 비시장적 무역관행에 대응(통상법 301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중국정부는 5년 전처럼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연합도 반(反)보조금 조사를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최저 17.4%, 최고 37.6%에 달하는 잠정 상계관세를 7월 5일부터 부과하였다. 앞으로 4개월 내에 확정관세 부과여부를 결정하는데, 중국정부는 EU의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위배된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강력한 맞대응을 선언했다. 이미 EU의 관련 제도에 대한 무역장벽 조사를 개시했고, 추가로 돼지고기와 주류, 배기량 2500cc 이상 대형차에 대한 보복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 튀르키예는 7월 7일부터 중국산 자동차에 4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관세전쟁의 불씨가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상황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주요국의 관세부과는 단기적으론 국제시장에서 중국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반사이익을 준다. 그러나 관세전쟁이 번지면 세계 교역환경이 악화돼 중장기적으론 우리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더 걱정되는 것은 올 11월 미국 대선이다.

미 대선은 항상 세계 정치·경제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7월13일 트럼프 피습사건에 이어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사퇴 등을 거치며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자 전 세계가 그의 관세공약을 불안해하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에 대한 열렬한 신봉자’로서, 당선 시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대해선 60% 이상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심지어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선 중국산 자동차에 100~200%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2018~2019년보다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관세폭탄을 예고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인데, 최근 수년간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점에 미뤄볼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계없이 우리도 보편관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추후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맞대응할 가능성이 커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악몽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당시 이법에 의해 미국이 2만여 개 상품의 관세율을 평균 57%, 최고 400%로 올리자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들이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이 결과 전 세계 교역량이 급감하고 세계경제 대공황이 심화됐다. 상상하기 싫지만, 이런 상황이 재연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1930년대 흑역사가 반복돼서는 결코 안 되지만,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겐 관세가 늘 구미당기는 수단이라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미 대선을 3개월여 앞둔 현 시점에서 당장의 수출 호조에 안주하기보다 시장 다변화를 강력 추진하고, 미국의 보편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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