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전공의 사직처리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병원들은 정부의 계획에 따라 모집 정원을 신청했지만, 교수들은 모집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22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가 책임지고 신뢰를 회복해 전공의와 대화를 통해 복귀시키라”고 밝혔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결국 정부의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는 일괄 사직 처리됐다”라며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우리 교수들은 이 자리는 우리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고 선언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강행한다면, 새로 채용된 전공의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만에 하나 정부의 폭압과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병원이 사직 처리된 우리 전공의들의 자리를 현재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 연세의대 교수들은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에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전공의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들의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세브란스 전공의가 사직하였더라도, 세브란스는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그들을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한 채 6월 이후로 사직서 수리시점이 결정된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신청에 있어서도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모집인원이 신청된 것은 보건복지부의 강압적 행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근거, 논의, 준비 없는 ‘3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수련병원 전공의 양성 시스템이 무너지고, 한국 필수의료, 지역의료는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의학교육은 짧은 기간에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고, 수준 미달의 의사를 배출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2025년도 의대 증원을 비롯해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의료 정책들을 2월 6일 이전으로 되돌리고 의정 논의, 합의를 거쳐 합리적 행정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수련병원에 이달 15일까지 사직으로 인한 전공의 결원을 반영해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를 어기면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을 사직한 전공의 118명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각 병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한 상태다. 이들이 전공의들의 수련 받을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범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들은 전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전공의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김 원장이 복지부의 방침과 달리 전공의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보여, 다른 병원장들과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15일 자로 수리했지만, 전공의들의 요청에 따라 사직의 효력 발생 시점을 2월 29일 자로 소급해 처리하기로 했다. 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역시 사직한 인원 800여 명의 3% 수준인 30여 명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