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초과이윤세(횡재세) 도입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걷힌 측면이 있다며 부동산 과열 이전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21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김 후보자는 "특정 기업의 이익은 경기 여건 등에 따라 변동하는 만큼 이전 대비 증가했다는 이유로 이를 초과이익으로 과세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 차원에서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지난 수년간 부동산 과열기에 종합부동산세 세수가 급격히 증가해 과도하게 걷힌 측면이 있다"면서 "국민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과열기 이전의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서는 폐지 입장을 강조하면서,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투자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자금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후보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장해온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측면에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면서도 "후보자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오히려 원활한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상속세 완화와 관련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대비 높은 상속세 하에서 낡고 오래된 세제를 변화된 환경에 맞춰가기 위해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장과 관계 정립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총괄하며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 집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도록 양 기관 간 업무를 조율하고 금감원장과 현안에 대해 수시로 소통하면서 협업해가겠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지급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물가와 금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에 집중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추경편성요건에 양극화 해소와 생계안정을 포함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추경 요건이 모호해져 국가재정법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서는 "근로의욕 감소 등 부작용과 대규모 재원 소요, 해외사례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복지제도 정비 없이는 매년 막대한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재원 마련 과정에서 국민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한국경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우리 경제는 2%대 중반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하반기부터 고물가·고금리 등 그간 내수회복을 제약했던 여건이 완화되며 내수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내년에도 수출은 다소 조정되겠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미 금리 역전과 관련해서는 "24개월간 지속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 뚜렷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으로 외부충격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 격차가 축소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높이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 차원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맞춤형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기업밸류업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모험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작년과 올해 세수 부진과 관련해서는 "대외여건 악화로 2022년 4분기 이후 기업의 영업실적 부진 때문이며, 올해도 법인세가 부진한 모습"이라며 "5월까지 세수는 애초 예상보다 부진해 세수결손의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유례없는 고물가 상황에서 복합위기를 겪었다면서도 "경제성장률은 상승하고 물가는 안정화되고 있는 최근의 경제 흐름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굳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시장기능을 통한 주거 안정을 위해 수요에 걸맞게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부동산 관련 세제와 대출 규제를 정상화해왔다"면서 "앞으로 부동산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금융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22일 국회 정무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병역 면제와 관련, "어릴 때 사고로 돌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면서 두개골이 함몰돼 두개골 결손 진단을 받았고, 선천성 위장관 기형으로 부산에 있는 성분도병원에서 2차례 수술을 받은 후 상당 기간 후유증을 겪었다"며 "병역판정 검사 당시 검사관이 이런 이력을 종합해 판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공직 생활 초기에는 '자기를 이기고 항상 나아가다'라는 의미의 '극기상진(克己常進)'을 좌우명으로 삼고 업무에 임해왔다며, 최근에는 유교 사서 중 하나인 '중용(中庸)'을 종종 꺼내보며 생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