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적인 기관에서 특검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
정부가 야당 주도로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가운데, 특검법안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이번 법률안은 위헌성이 더욱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헌법 해석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과 “사실상 국회가 인사권을 갖게 돼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위헌성이 가중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해 법무부는 재의요구를 건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특검법안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검사 임명권까지 침해한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그간 특검법에 대해 내린 결정이나 학계 흐름을 보면, 이번 특검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만큼의 헌법 위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헌론은 편협한 헌법해석에 의한 경우에 나올 수 있는데, 채상병 특검법의 자동임명 조항을 위헌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을 그대로 되돌려보내는 것은 정부가 권력을 과잉 행사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재의를 요구하는 등의 협의 과정 없이 자신들의 헌법 해석만 앞세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삼권분립은 입법‧행정‧사법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이라며 “경우에 따라 권한을 나누어 행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 게 헌법재판소도, 학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실에서 이런 틀을 부정하고 담을 쌓듯이 하는 건 잘못된 헌법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지만, 특별검사 제도는 삼권분립의 예외로서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논리는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국회가 가져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출신 또 다른 변호사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순간, 법무부가 의견을 잘 내지 않아 왔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했기 때문에 법무부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채상병 특검법안은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3일 이내에 하지 않으면 후보 2명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했다”며 “대통령이 거부할 권리를 주지 않은 것은 사실상 국회가 인사권을 갖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삼권분립 위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행정 각부가 대통령의 보조 기관이니 법무부가 입장을 내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야당 쪽에서 특검 후보를 추천한다는 것 때문에 삼권분립 위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더욱 중립적인 기관에서 추천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사망 사건 자체가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도 종결될 무렵이니,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