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재판장 이재은 판사)은 “양 씨는 상가의 지하 1층, 지하 2층 중 점유 부분을 강남구에 인도하라”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양 씨가 운영하는 헬스장을 건물에서 빼라는 의미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양 씨가 강남구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혐의 맞소송은 각하됐다. 각하란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종결하는 것이다.
양 씨는 2018년 10월 A주식회사와 논현동 건물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보증금 3억5000만 원, 월세 1800만 원의 임대차계약을 맺고 헬스장을 차렸다.
보증금, 월세와는 별도로 헬스장 인테리어 등에 사용한 금액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의 건물 사용 기간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약 2년간이었고, 이후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계약이 한차례 연장되는 등 해당 공간에서 지속해서 사업을 운영했다.
문제는 건물 소유주가 A주식회사가 아닌 강남구청이었다는 사실을 양 씨가 뒤늦게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건물은 당초 강남구에 기부채납된 부동산으로 2003년 이미 강남구 앞으로 소유권 등기가 마쳐졌고, A주식회사는 이 건물을 20년간 무상 사용할 수 있는 권한만을 승계받은 사업자였던 것이다.
A주식회사의 건물 무상 사용기간이 2022년 11월 만료됐고,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수억 원을 들려 리모델링을 하는 등의 사업 투자를 했던 양 씨가 퇴거할 수 없다며 맞서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2023년 강남구가 양 씨를 상대로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하고, 이듬해인 2024년 양 씨가 강남구를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 맞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양 씨 측은 강남구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며 강하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강남구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강남구가 2023년 8월경 건물 입구에 “이 건물은 2022년 11월부로 민간투자사업 건물운영기간이 종료됐으며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이 운영 중입니다. 현재 입점 중인 모든 사업자가 퇴거 대상이오니 업체 이용 시 참고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업무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 씨가 설령 해당 건물이 강남구 소유인 줄 모르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점이 강남구의 건물인도 요구를 저지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적법한 계약에 따라 20여 년 전인 2003년 이미 건물 소유주로 등기를 마친 강남구의 권한을 우선해서 본 것이다.
양 씨가 제기한 맞소송의 경우 강남구가 제기한 본 소송과 관련이 없어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남구는 건물 인도를 청구하고 있는데 양 씨는 강남구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어 법률상 공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