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관련 제도를 개선하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상호교환성(인터체인저블)’ 인정 방식이 간소화되면서 적응증을 가진 제품간 점유율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FDA는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 입증 방법을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참조 제품과의 호환성 입증 시 고려사항(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Interchangeability With a Reference Product)’ 개정안을 고시하고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제품의 상호교환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는 추가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간의 스위칭 시험(switching study)을 실시하고 결과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반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추가 서류만 제출해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상호교환성을 입증한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내에서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인정을 받는다. 따라서 의사 개입 없이도 오리지널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오리지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리지널이 선점한 시장에 수월하게 침투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미국의 ‘친 바이오시밀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미국은 2018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승인·처방을 지원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취임 초부터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료비 인하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접근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폈다.
그간 추가 시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기업들에 부담이었던 만큼, 상호교환성을 인정받는 바이오시밀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비롯한 6개 품목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온트루잔트’를 비롯해 5개 품목에 대해 FDA의 승인을 받았다.
다만, 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장점 확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상호교환성 인정 문턱이 낮아지면, 기존과 달리 더는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담보하지 못해서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제도가 변경된 것이 아니고, 시행 이후에도 시장에 영향이 가시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품질과 효과성 등 경쟁력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0년 2900만 달러(402억 원)에서 연평균 139.4%로 성장하면서, 2026년 54억6000만 달러(7조5719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에서 2026년 사이 특허 만료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은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FDA 정책은 궁극적으로 자국민의 의약품 지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미국 시장에 진입이 수월해지는 것은 기업에 좋은 소식일 수 있어도, 점차 바이오시밀러 경쟁 제품이 증가해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