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대? 5세대?…올림픽 마냥 4년 만에 돌아온 개정 시그널 [멍든 실손보험中]

입력 2024-06-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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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6-25 17: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보험료가 줄줄이 새고 있다. 중심에는 국민 5명 중 4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있다. 비급여 치료를 보장해주며 공보험을 보완하는 사적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줄 알았던 실손보험은 적자 규모만 2조 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골칫덩어리’가 됐다. 갈수록 진화하는 보험사기와 과잉진료로 보험료는 올라가고 보장범위는 줄어들어 보험사와 선량한 고객들의 부담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몇 차례 걸쳐 수술을 했지만 약발이 먹히질 않고 있다. 소비자와 보험권, 의료계가 긴밀히 엮여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또 다시 불거진 가운데 보험료 누수 실태와 원인,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4세대 실손 등장 3년 만에 신상품 논의
새로 개정되면 5년간 손해율 대응 못 해
"단시간 통계 확보 쉬워 …요율 조정 유연해져야"

이른바 ‘의료 쇼핑’으로 전체 보험료를 올리는 주범을 잡아내는 동시에 의료 이용이 적은 소비자들에게는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2021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의료보험. 받은 보험금에 따라 낼 보험료가 달라지도록 상품구조를 개편해 당시 획기적으로 평가받았지만, 과도한 의료 이용과 비급여 진료비 과잉 청구 등은 여전했다. 나온 지 3년 만에 정부가 손질에 들어간 배경이다. 2세대 실손보험 등장 이후 4년에 한 번씩 상품이 개정됐던 만큼, ‘때가 왔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4세대 실손의 효과가 ‘깜깜이’인 상태에서 새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르다는 보수적인 시각도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와 보장구조에 따라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유병자 △노후 등으로 나뉜다.

1세대 실손 등장 이후, 2009년 9월 2세대 선택형Ⅰ 실손이 판매됐고 4년 뒤인 2013년에는 자기 부담률을 10%에서 20%로 올린 2세대 표준형이 등장했다. 2017년에는 3세대 실손, 또 4년이 지난 2021년에는 4세대 실손이 모습을 드러내며, 상품 개정이 때마다 반복됐다.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1세대와 2세대 선택형Ⅰ 가입자를 제외한 42.0%의 고객들은 서서히 새로운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 상품이 나온다면 처음으로 15년마다 보험 계약이 만기 되는 조건이 붙은 2세대 표준형 실손보험의 가입자들은 이르면 2028년부터 새 상품으로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에서 보험업계가 원하는 것은 △급여·비급여 보험금 지급 합리화 △요율 조정 기준 완화 △임신·출산 추가 보장 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진료비 규모는 120조6000억 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111조1000억 원) 대비 8.6% 늘어난 수치다.

이 중 급여 진료비는 96조9000억 원으로 8.9% 불었고 비급여 진료비가 23조7000억 원으로 7.2% 증가했다. 이를 통해 비급여뿐만 아니라 급여 부문에서도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뿐만 아니라 급여 부문에서의 보험금 누수도 상당하다”며 “급여·비급여 구분을 할 것 없이 자기부담률 상향을 통해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신상품에 대해 5년 이내 요율 조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매 상품이 나올 때마다 5년간 요율을 조정하지 않다 보니 악화하는 손해율에 즉각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은 경험통계 등을 기초로 순보험요율의 적정성을 매년 검증해야 한다. 다만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경우는 5년까지 적정성을 검증하지 않을 수 있다. 그간 보험업계는 이 규정을 보수적으로 해석해 출시 후 최소 5년간 요율을 조정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세대가 달라도 보장내용과 가입대상이 유사하고, 가입자 수와 청구 건이 충분해 짧은 시간 안에 안정적인 통계를 확보할 수 있어 요율 조정 시기를 앞당겨도 문제가 없다”고 토로했다.

표준 약관상 보장되지 않는 임신·출산 관련 질병을 실손보험을 통해 신규 보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임신성 당뇨나 고혈압, 기타 합병증이 생겨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필수의료 분야 급여 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신규 보장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만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4세대 실손의 보험료 할인·할증제도 정상 운영이 안 돼 효과가 어떤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상품을 개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배정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비 상한이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실손을 판매하는 보험사의 재정적 부담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비급여 서비스의 가격과 효과 공개와 더불어 비급여 서비스의 합리적 가격 결정 체계를 마련하고, 급여·비급여 의료이용과 지출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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