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의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독식과 입법 독주가 시작되면서 국회 무력화가 심화하고 있다. 탈출구가 마땅치 않은 여당은 특별위원회와 당정 협의회 등으로 돌파구를 찾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회 복귀와 보이콧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상임위원장 독식 등 일방적 국회 장악에 국민의힘은 상임위 활동 대신 당 정책위원회 산하 15개 민생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 등에 대응해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 당정 협의체 성격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에너지특별위원회가 11일 산업통상자원부 포함 업계 전문가와 함께 ‘동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현안에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비공개회의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진행 경과 및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동해 유가스전 탐사 경위부터 유망성 분석 결과, 앞으로 시추 계획까지 설명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에너지특위 첫 회의에서 “현재 국회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 독주로 연일 파행을 거듭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국민의힘은 민생경제와 국가 성장 동력 확보, 미래 준비를 위해 잠시도 멈출 수 없다는 각오 하에 에너지 특위를 비롯해 15개 특위를 결성해 가동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의 특위 활동은 입법권이 없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당정은 13일 민당정 협의회에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통한 무차입 공매도 차단 등을 포함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지만, 이를 위해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당정이 제안한 실시간 주식 잔고·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한다.
공매도 전산화는 금융투자소득세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번번이 관련 법률 통과가 불발된 바 있다. 2020년 국회에서도 실시간 주식잔고·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논의됐으나, 제3자 정보 제공 등과 관련해 시스템 한계가 있어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국회 운영을 ‘포기’하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도 부담이다. ‘입법 폭주-거부권 행사’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국민의힘도 국회 무력화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당내에서도 상임위 복귀 등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민주당이 국민의힘 몫으로 분류한 7개 상임위원장직을 수용하고, 복귀해 부딪히더라도 원내에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 강경파들은 상임위를 다 거부하고, 재의요구권(거부권) 명분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출구전략에 대한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다음주에도 의원총회와 특위를 가동하면서 민주당의 국회 독식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힘의 탈출구가 여론이라는 의견도 있다. 4‧10 총선 패배라는 절박함을 더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금 여당이 기댈 수 있는 건 국민의 지지와 여론”이라며 “야권의 독주, 의회 장악, 일방적 국회 운영 등의 문제점을 더 부각시키고 비판 여론을 일으킬 수 있는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형식적인 의총, 입법권 없는 특위로 문제적 상황을 계속해서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