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심장의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돌연사 위험이 높아 조기에 진단해 증상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환자가 70세 이상 고령층이라면 노쇠와 회복력 감소 등으로 수술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쉽다. 무조건 수술을 피하기보다는 정밀 검사를 거쳐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인구 중 성인성 심장판막 질환의 유병률은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1만5351명에서 점차 증가해 △2018년 1만7459명 △2019년 1만9174명 △2020년 2만115명 △2021년 2만2333명 △2022년 2만4905명 △2023년 2만8318명으로 확인됐다.
판막은 심장이 수축·이완할 때 열리고 닫히면서 혈액을 심방에서 심실로 흐르게 한다. 혈액은 다시 심실에서 대혈관으로 흐른다. 판막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되면 문이 안 열리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게 된다. 좁아진 문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지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대동맥 판막 협착증으로 진단될 수 있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다. 심장판막은 나이가 들면 칼슘이 쌓여 두꺼워지고 단단해져 점차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나이가 65세 이상 이거나 고혈압, 류마티스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대동맥 판막 협착증 발생 위험이 크다.
노년에서 주로 진단되는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이 없다. 중증으로 좁아져 있거나 증상이 있으면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문제는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 퇴행성 판막질환이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으로 인해 개흉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단 점이다.
이런 이유로 심장판막 질환 환자가 약물치료만 받다가 최적의 수술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술을 미루다가 늦게 받더라도 장기생존율이 하락할 수 있다. 생존율의 향상과 보존을 위해서는 판막 이외 심장 기능, 폐동맥압, 우측 삼첨판막 역류 현상, 심방세동, 우심실 기능 등을 고려해 심장 손상 정도를 평가하고 적기에 수술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등도 협착증 환자 중 일상생활을 할 때 약간의 호흡곤란과 피로를 느끼는 환자는 다수의 해외 연구에서 장기생존율 감소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평균 연령 약 60대인 24만1303명의 대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없는 환자들의 5년 사망률이 19%지만,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 있는 환자들의 사망률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치료를 미루지 말고, 판막 이외의 심장 상태까지 자세히 확인한 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는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좁아진 대동맥 판막의 면적, 혈류속도, 압력, 좌심실구출률, 심박출량, CT 검사상 대동맥 판막의 석회화 정도를 참고해 진단 및 수술을 시행한다.
박충규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최근 대동맥 판막 협착증 수술환자의 약 15% 정도에서 대동맥 판막 치환 수술을 해야 하는 70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 중 일부는 수술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외 심폐 순환시간을 줄여주는 신속 거치형 또는 무봉합 방식의 대동맥 판막 치환 수술을 시행할 수 있어, 과거보다 수술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높아 수술적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이 큰데, 최근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 심장 수술 고위험 환자일 경우 시술적 치료로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R)을 시행할 수 있다”라며 “다면적이고 정확한 진단으로 고령이라도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 적극적인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