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1조 원 필요, 교원도 없어”…“법원 ‘소송지휘권’ 발동하라”

입력 2024-05-2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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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항고 1건·고등법원 항고 3건 이번 주 내 결론 내야”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이 법원에 의대 증원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증원을 강행한다면, 의학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학교육 파국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이 교육 현장과 의료 생태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32개 대학 총장은 고등법원 3건 항고, 대법원 1건 재항고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대학 입시요강 발표를 중지해달라”라며 “사법부는 의학 교육 현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도록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2025년도 대학입시모집요강은 입시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예방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령에 기재된 ‘사전예고제’에 따라 2023년 5월에 이미 확정, 발표됐다”라며 “입시가 8개월도 남지 않은 2월 6일에 정부는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해 입시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트렸다”고 말했다.

조 의장은 “정원이 40명인 학교에 130명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마치 정원 40명인 버스에 그보다 325% 많은 승객을 태우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며 “승객의 생명은 아무도 담보하지 못하고, 버스도 그대로 고장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법원을 향해 “복지부와 교육부는 대법원 최종 결정 전까지 입시요강 발표 등의 행정절차를 중지하고, 대법원 재판에 즉시 협조하라는 내용의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의교협은 이번 의대 증원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1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사립대학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수들의 견해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매년 2.6~8%를 증원했으며 1년에 10% 이상 증원한 국가는 없다”라며 “1년에 10% 이상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교육의 질적 저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의교협이 제시한 한 사립 의대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이 의대는 시설 및 기자재, 인력 충원 비용으로 7년간 총 403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또 다른 의대는 증원을 위해서는 기초의학 교수를 12명 추가 임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교육 현장의 교수들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데, 저질 교육이 되고 저질 의사가 양산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증원에 찬성할 수 있겠느냐”라며 “지금이라도 무계획적, 즉흥적, 비현실적 급속 증원 계획을 철회하기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는 32개 증원 대학 중 18개 대학은 아예 실사를 하지도 않았으며, 14개 대학도 비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반이 30분에서 3시간가량의 형식적인 실사에 그쳤다”라며 “정부는 대학별 교육여건 평가보고서와 대학별 현장점검보고서를 아직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의료 생태계는 필수과일수록 고위험, 고난도, 당직 근무를 소화해야 하는 불공정한 상태”라며 “정부는 의대 증원이 어떻게 이런 불공정한 의료 생태계 교정에 기여하는지 뚜렷하지 않고, 단순히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회장은 “환자도 의사도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어, 의사 수가 100만 명이 돼도 수도권과 지방의 의사 수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는 수도권 과밀화와 집중화 문제를 의사 수 부족 문제로 포장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과 이병철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왼쪽)과 이병철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협·전국의대교수협의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은 재항고 1건, 고등법원은 항고 3건을 심리 중이다.

의료계 측 소송 대리인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정부는 전형적인 시간 끌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번 주 안에 법원에서 결정을 할 수 있는지는 대법원의 재량에 달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40개교의 의대생 1만3000명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데, 정부가 외부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해서 장문의 답변서를 제출했다”라며 “이에 관한 결정은 더 시간 끌 이유가 없으며, 이번 주 안에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 가처분 사건은 사흘 만에 결정이 난 경우도 있었다”라며 “상대방의 답변서를 받지 않아도 사건이 충분히 성숙됐다면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거듭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보험이사는 “30일 저녁 집회를 열고 국민과 소통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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