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라고 하면 기업 간 담합을 적발하고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잡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국민이 언론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공정위가 어떤 기업의 행위를 조사해 얼마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기사들일 것이다. 이것은 경쟁 당국으로서 기업의 반경쟁적 행태에 관한 법 집행의 결과이다.
◇'경쟁 주창자'로서 공정위의 역할=그런데 공정위가 하는 일 중에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이 큰 것이 있다. 바로 경쟁주창(competition advocacy)의 기능이다. 주창(主唱)의 사전적 의미는 ‘주의나 사상을 앞장서서 주장하다’인데, 경쟁 당국의 경쟁 주창은 경쟁의 편익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경쟁 제한적인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여 친경쟁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포괄한다.
경쟁 제한적인 법령과 제도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후적인 법 집행만으로는 시장경쟁의 촉진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오늘날 경쟁 주창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쟁 주창 활동은 경쟁을 제한하는 법령의 제·개정 전 사전협의, 신설·강화되는 규제 도입 전 실시하는 경쟁영향평가, 정부의 경쟁 제한적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는 작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조례·규칙의 개선=한편 경쟁 제한적 규제는 지자체의 조례나 규칙으로 도입되기도 하는데, 자치법규의 효력은 지역 내에 국한되므로 규제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 다른 지자체가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경쟁 제한적 규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규제는 주민들의 생활에 즉각적이고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치법규에 대한 개선 활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에도 공정위는 작년 한 해 동안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총 172건의 조례·규칙을 개선하였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우선, 많은 지자체가 법률고문 등을 위촉할 때 해당 지방변호사회에 등록돼 있거나 사무소의 소재지가 지자체 관할구역 내에 있는 자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또 건설사업자에게 지역 건설기계·장비의 우선 사용, 지역 내 생산자재를 관급자재로 공급, 지역 건설근로자 우선 고용을 권장하는 규정도 발견됐다.
이러한 규제가 시장에 확산하면 어떻게 될까. 얼핏 지역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인근의 우량 사업자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사업자의 경쟁수단을 제약하면서 시장 내 경쟁을 감소시킨다. 결국, 가격이 상승하거나 양질의 서비스 공급이 제한되면서 주민에게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규제를 개선하도록 한 것이다.
다음으로 일부 지자체가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운영 주체가 시설을 전대(재임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사업자 간 경쟁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아 삭제·수정토록 했다. 사업자의 자율성이 증대될수록 시장경쟁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시설 및 캠핑장에서 관리자(운영자)의 귀책사유로 예약이 취소된 경우에 손해배상 규정을 신설하도록 해 소비자와 지자체 간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소비자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했다.
경쟁 주창 활동은 경쟁법의 집행과 함께 친경쟁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양대 축이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왜곡하는 불합리한 법령이나 규제에 대해서는 경쟁 주창 기능의 강화를 통해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이를 위해 소관 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