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겠다며 ‘휴진’을 선언했지만,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진료 차질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본원에는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 평소 병원이 북적이는 오전 9시에도 로비에 있는 좌석에 빈자리가 쉽게 보였다. 수납을 위해 10여 명의 대기를 보이던 키오스크에도 대기자가 0명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외과 등 진료과는 전체 휴진에 돌입했다. 몇몇 간호사들만 자리를 지켰다. 매일 바삐 돌아가는 수술실 근처에도 의료진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30일 하루 동안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전면적인 진료 중단에 나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3곳이 모두 동참했다. 방 위원장은 “두 달 이상 지속한 근무로 인한 체력저하와 의료 공백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진료를 위해 하루하루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인으로서 몸과 마음의 극심한 소모를 다소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휴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병원 곳곳에는 비대위의 성명문이 붙어있었다. 비대위는 성명문을 통해 “진료와 수술 일정을 변경하고 고객들의 민원을 감내하며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과 불만을 다독여 온 직원 여러분의 수고를 잘 알고 있다. 세심한 동료 여러분의 헌신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의료 대란에서 환자 진료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이후 한 달이 지났다. 저희의 사직서는 떠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불합리한 정책을 바로잡아달라는 호소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누적된 피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며 “남아있는 교수들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진료현장을 지키겠지만, 부득이하게 앞으로의 진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로 인한 갑작스러운 교수들의 휴진 신청으로 직원의 부담이 늘어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휴진 참여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휴진하기 위해선 기존에 보던 환자 일정을 조정하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휴진 결정이 일주일 전인만큼 조정 가능한 교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에 소속된 한 교수는 “휴진에 동참하지 않는 교수들도 꽤 많다. 각 교수의 스케줄 등에 따라 자율 참여 형식으로 요청했기 때문인 것 같다”라며 “환자들이 느끼는 진료 차질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휴진에 동참한 교수들은 지난주 이미 환자들에게 30일 하루 휴진임을 알렸다. 병원에도 ‘심포지엄 참석’, ‘피로 호소’ 등으로 휴진한다고 통지했다”면서 “30일로 예정돼 있던 수술과 진료는 이번 주중 다른 날로 모두 옮기게 했다”라고 말했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만난 30대 A 씨는 “정부가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라며 “아이의 주치의가 갑자기 떠날까 두렵다. 교수들의 사직 소식에 잠을 잘 수가 없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서울대병원 외에도 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의료원, 경상국립대병원 등도 이날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다음 달 3일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이 휴진하며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이 없는 날을 골라 주 1회 휴진일을 갖기로 했다.
한편, 26일 충남대병원과 충북대병원, 원광대병원이 휴진을 예고했으나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진료·수술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