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대구 회생법원 신설 추진…전국 5대 권역 확대 [기업이 쓰러진다 ㊤]

입력 2024-04-29 05:00 수정 2024-05-0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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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4-2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잡는다…서울‧수원‧부산 3곳에 ‘광주‧대구’ 두 지역 추가

지난해 서울회생법원 접수 40% 급증
4년 4개월만 첫 후속 보고서 작성…본격 검토


법인파산 접수 증가율 ‘4%→65%’ 폭증
올 1분기도 35%↑…2014년 이후 최고치

대기업‧中企 가리지 않고 한계회사 속출
간회합-회합비중 반반…“매출회복 실패”
“法 절차에 적극 참여해야 피해 최소화”

#. 대구지방법원 파산1부는 지난달 M전자㈜에 관한 파산폐지를 공고했다. 법원은 파산선고 후 들어선 파산재단이 파산절차 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파산폐지를 결정한다. 1996년 대구 이현공단에서 설립된 M전자는 창사 초창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견뎌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가 한창이던 2009년엔 구미 국가1단지로 공장을 이전하며 연매출 150억 원, 종업원 150명 규모까지 사세를 키웠다. 20년이 훨씬 넘는 업력을 자랑하던 TV 메인보드 생산·조립 전문기업이자 LG전자 우수 협력사는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끌어들인 자금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붙자, 구미공장 부지를 경매에 붙인 데 이어 결국 처분재산이 바닥나는 신세로 전락했다.

기업이 쓰러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만기 연장과 이자 감면,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아가며 연명하던 한계회사에 대한 호흡기가 떼진 상황이다. 도산하는 기업들이 폭증하자 서울·수원·부산회생법원을 운영 중인 법원은 광주와 대구 2곳을 추가, 전국 5대 권역에서 회생법원 확대 설치를 추진한다. 실제 광주·대구 지역에선 법인 회생을 비롯해 파산 신청이 급증세다.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28일 법원 통계 월보를 보면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2021년 955건 △2022년 1004건 △지난해 165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3.9%에서 65.0%로 17배 급격히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올해 1분기 누계는 4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6건을 34.7% 넘어섰다.

기업대출 잔액도 지난해 1900조 원에 육박해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89조6000억 원(은행권 1350조5000억 원·비은행권 539조1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일은 법인파산 신청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누적과 올 1분기 법인파산 접수 건수 모두 법원 통계 월보가 공개된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존 임계치를 넘어선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문턱이 닳도록 희생법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법원 “기존 청사 사용…회생 조직 우선 넣자” 대안 제시

이처럼 법인파산 사건이 크게 늘어나자 법원은 기업 회생·파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생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회생법원은 서울·수원·부산 등 3곳에 있고 다른 지방법원은 파산부에서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광주와 대구에도 회생법원을 추가로 설치해 권역별로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황성민 서울회생법원 공보판사는 “광주 및 대구에 추가 회생법원 설치가 논의될 만하다”며 “청사를 짓고 판사도 뽑는 등 회생법원을 새로 만들고자 하면 시간과 예산이 너무 많이 소요되므로, 법원 입장에서는 기존 광주지방법원과 대구지방법원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이 중 일부에 회생법원 조직을 넣어서라도 회생·파산 사건을 전문적으로 빨리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생이란 말처럼 법원은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을 목표로 회생·파산 절차를 밟는다. 도산기업 확산 추세를 감안하면, ‘접수→개시→인가→종결’로 이어지는 진행 단계마다 사건 처리에 소모되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수다. 부도 사태 해결을 위해 불확실성에 빠진 경제주체들을 조기 안정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수원·부산·광주·대구 ‘5대 권역 회생법원’ 확충을 이제 더 미룰 수 없다는 법원 내 고심이 읽힌다.

▲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뉴시스)

부양책 종료·高금리·원자재가격 상승에 법인파산 신청 급증

이날 본지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입수한 ‘2023년도 법인회생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사건유형별 건수 추이는 △2021년 간회합(간이회생합의) 124건·회합(회생합의) 131건(합계 255건) △2022년 107건·122건(229건) △지난해 150건·168건(318건)이었다.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간회합 사건 비중은 2021년 48.6%, 2022년 46.7%, 작년 47.2%에 달한다. 회합 사건 비율은 51.4%, 53.3%, 52.8%로 각각 절반씩 엇비슷한 수준이다. 부채 규모가 30억 원 이상인 회사가 관할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면 ‘회합(회생합의)’이란 사건명을 부여받고 부채가 30억 원 미만이면 간이 회생 절차에 해당, ‘간회합(간이회생합의)’으로 분류된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권경원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2023년께 사건 접수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시기 부양책 종료,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 코로나19로 급변한 시장 적응은 물론 매출 회복 실패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회생법원이 법인회생 사건에 대한 후속 보고서를 낸 것은 2019년 12월 ‘법인회생사건 데이터입력 작업성과 및 분석결과’ 보고서를 낸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서울 집중도 낮아져…수원‧부산회생법원 신설 덕분

서울회생법원 관할은 서울 소재 법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채권자 수 300명 이상·부채 금액 500억 원 이상이면 지역과 상관없이 서울회생법원 관할이 인정되기 때문에 서울이 전국에서 기업 회생·파산 사건을 최다 처리하는 전문 법원이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서울회생법원 접수 비중은 2021년 35.6%, 2022년 34.6%, 지난해 31.1%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이는 수원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이 개원하면서 3개 지역 회생법원에서 관련 사건을 나눠 처리한 영향이 크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파산이나 회생 법인이 늘어날수록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진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이 때를 건전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구조 개혁’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김시주 법무법인(유한) 충정 경영총괄 대표변호사는 “파산·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리라는 막연한 인식이 강해 파산·회생 신청 자체를 미루거나 채권신고 등 절차 참여를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파산·회생 절차에 적극 참여해 채권자 권리를 행사해야 오히려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법조팀 = 박일경 기자 ekpark@·박꽃 기자 pgot@·김이현 기자 spes@·전아현 기자 c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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