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을 마지막으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브리핑이 중단됐다. 여당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로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총리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 정부도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는 여당의 총선 패배가 무리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8일 중대본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의대 증원 관련 공식 브리핑을 중단했다.
현재 정부는 월·수·금요일 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화·목·일요일 중수본(본부장 복지부 장관) 회의를 진행한다. 중대본 회의 주재자는 월요일 복지부 장관, 수요일 행정안전부 장관, 금요일 국무총리다. 복지부는 화요일인 9일과 목요일인 11일 중수본 회의를 열었지만, 브리핑은 진행하지 않았다. 금요일인 12일에는 중대본 회의를 중수본 회의로 축소하고 브리핑도 취소했다. 다만 15일에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주재로 중대본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중순까지는 복지부가 총대를 멨지만, 지난달 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달 윤석열 대통령까지 참전했다. 그런데 여당의 총선 패배 후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중대본 본부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차관급) 이상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보고 라인이 사라진 상황에서 복지부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메시지를 내놓긴 어렵다.
의료계는 이 틈을 타 여당의 총선 패배가 무리한 의대 증원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단·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12일 “정부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들어 대한민국 의료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에 나서기 바란다”며 “그리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면 의협 비대위 지도부와 전공의들에게 무리하게 내린 각종 명령과 고발, 행정처분 등을 철회하고 의대 정원 증원 절차를 중단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의료계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의협 비대위와 전공의 의대생, 교수단체는 이주 합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주체 간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취소했다. 또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의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선 결과가 의대 정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당장은 혼란스럽더라도 조만간 복지부를 중심으로 다시 전열이 정비될 것이란 점에서다. 반면, 의료계는 전공의와 봉직의, 전공의, 병원, 의대 교수 간 이해관계 정리가 어렵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선거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정부로서도 시간이 없다. 예정대로 5월 말이면 문제가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