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암 타깃 가능 항체 중심으로 개발 승부
유틸렉스‧HLB 자회사 베리스모 임상 1상 중
큐로셀‧앱클론‧박셀바이오‧HK이노엔 등 비임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의 적응증을 혈액암에서 고형암으로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형암 타깃 치료제는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고형암 대상 첫 세포치료제 ‘암타그비’를 승인하며 고형암 CAR-T 치료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치료제는 면역세포 기반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CAR-T 치료제는 유전자를 변형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만 추적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붙인 치료제다. 환자의 몸에서 T세포를 분리해 유전자를 조작한 뒤 배양과정을 거친 후 다시 환자에게 투여한다. 치료제가 체내 들어와 암세포와 만나면 T세포가 활성화돼 암세포를 제거한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 킴리아 등 6개다. 국내에는 허가 당시 초고가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존슨앤드존슨의 카빅티가 허가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허가받은 CAR-T 치료제는 혈액암 대상이다. 고형암으로 승인받은 CAR-T 치료제는 없다. 고형암에서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서다.
가장 큰 이유는 고형암의 항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혈액암과 달리 고형암은 CAR-T 세포가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항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CAR-T 세포가 혈관 내피를 통과하기 어려워 종양 세포에 침입하기 어렵고, 면역억제적인 종양 미세환경으로 CAR-T 치료제의 활동이 제한된 것도 그동안 CAR-T 치료제가 고형암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 CAR-T 치료제 선두 주자 앱클론과 큐로셀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앱클론은 최근 막을 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고형암 CAR-T 치료제 AT501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AT501은 암 단백질만을 추적하는 HER2(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기반으로 위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앱클론은 HER2를 CAR-T 치료제와 함께 투여할 경우 강력한 항암 활성 효능이 지속됨을 동물 모델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첫 CAR-T 치료제 품목허가에 도전하는 큐로셀은 PSMA, B7-H3 단백질을 타깃해 전립선암과 폐암을 적응증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HLB의 미국 자회사인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고형암 CAR-T 치료제 후보물질 SynKIR-110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적응증은 난소암, 중피종, 담도암이다. SynKIR-110은 자연살해세포(NK세포)에서 발현되는 수용체(KIR)를 암세포에 살상 능력이 있는 T 세포에 삽입시킨 CAR-T 치료제다. 회사 측은 기존 CAR의 구조와 달리 인간 몸에서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수용체 구조와 비슷해 효능면에서 다른 치료제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유틸렉스는 간세포암 환자 대상 CAR-T 치료제 EU307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1상 진행 중이며, 지난해 9월 첫 투약했다. EU307은 정상 간세포에 영향 없이 간세포암에 특이적으로 과발현하는 GPC3 암항원을 타깃다. 박셀바이오는 위암, 간세포암 등을 적응증으로 고형암의 대표적 암 표지자인 PD-L1과 EphA2 두 가지를 동시에 표적하는 CAR-T 치료제 특허를 출원하며 본격 연구에 나섰다.
HK이노엔은 자체연구 과제로 고형암 CAR-T 치료제 IN-B00003 연구 개발 중이다. CAR-T세포에 면역관문인자 HLA-G의 활동을 억제하는 항체를 접목했다. HLA-G는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면역관문인자로 특정 암세포에 과다하게 발현돼 면역체계를 망가뜨린다. 현재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향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국내 CAR-T 치료제 개발 기업 연구소장은 “고형암과 혈액암 CAR-T 치료제는 암 항원을 찾아 공격하는 콘셉트는 같다. 다만 고형암 항원은 다양해 관련 항원을 찾아낼 수 있는 항체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