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학생, 전공의, 교수들이 정부와 함께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그간 강조했던 ‘원점 재논의’와 ‘일괄 사직’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20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19일 자 국무회의 내용과 관련해 ‘의사-환자 관계’ 관점에서 ‘소통’ 한다”고 밝혔다.
브리핑에서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확정과 관련해 “소통이 필요하다”라며 “어떤 안이 나와도 문제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도 (혼란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합의점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의사 단체들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부가 ‘정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의사들과 정부의 갈등은 교착 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날 전의교협은 대화 의지를 내비치며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사전 공지를 통해 최근 이어진 교수들의 일괄 사직 결의와 전공의 사직 관련 질의를 차단했다. 원점 재논의를 요청하는 것인지 묻는 질의에도 “딱 잘라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교수들은 2000명 규모의 급격한 증원이 교육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브리핑에서 조 의장은 현재 정원 106명의 사립 의대의 실습실, 강의실, 동아리실, 도서관 등 부대시설을 소개했다. 또 실습에 필요한 교수와 조교 등 지원인력의 규모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장은 “소그룹 토론이 이뤄지는 수업은 최소 12명에서 20명의 교수가 튜터로 붙어 지도해야 하는데, 교수가 500여 명이 넘는 의대에서도 한 번에 20명의 교수를 구하기는 힘들다”라며 “3~4학년이 임상실습을 나가면, 각 과를 돌면서 간호사와 교수가 1대 1로 학생을 마킹해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대 시설을 확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피력했다.
조 의장은 고려대 의대 사례를 들어 “완전히 새롭게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운영 중이던 의대를 리모델링 및 증축하는 데에만 250억 원이 소요됐으며 공사 기간은 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대학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립 대학은 학장들의 머리가 상당히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 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고, 공사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등 고민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의대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도 덧붙였다.
조 의장은 “의대생은 예비 의사이기 때문에 심신을 평안하고 건강하게 유지해야 향후 환자의 아픈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라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사부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와 소통이 없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의대 정원 관련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조 의장은 “의대생, 전공의와 소통 없이 기성 의사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며 “오늘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통해 대한의사협회, 전의교협, 의대생, 전공의가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증원되는 인원 중 82%(1639명)를 지방 의대에, 18%(361명)를 경인 지역 의대에 배정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