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메디톡스가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야심차게 추진한 액상형 제제의 미국 품목허가가 거절되면서 중국처럼 미국 허가도 가시밭길을 걸을지 우려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4일 메디톡스의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품목허가신청(BLA)을 거절했다. FDA는 MT10109L에 관한 특정 검증 시험 보고서가 미비한 점을 사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2025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달리던 메디톡스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2월 FDA에 MT10109L의 BLA를 접수하고, 생산을 맡은 오송 2공장의 FDA 실사를 준비했다. 또한, 현지 시장 침투를 위한 유통망 운용 전략과 마케팅 방안 등을 수립하고 있었다.
MT10109L은 균주 배양과 원액 제조 등 전체 제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 사용을 배제하고, 사람혈청알부민(HSA)을 부형제로 사용하지 않아 동물유래 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메디톡스의 새로운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올해 2월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 총 1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 위약 대비 미간주름 및 눈가주름 개선율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메디톡스는 부족한 자료를 채워 다시 FDA의 문을 두드린단 계획이다. 회사 측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해당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협의 사항을 보완해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한 메디톡스는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18년 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의 허가를 신청,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 시장 정식 진출을 추진했다. 그러나 뚜렷한 사유 없이 허가는 지연됐고, 그사이 대웅제약과의 소송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취소 등 몸살을 겪었다.
결국 메디톡스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낸 수입의약품 등록 신청을 철회하고, 계열사 뉴메코가 개발한 차세대 톡신 제제 ‘뉴럭스’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허가를 제출한 지 5년 8개월 만이다.
메디톡스가 주춤한 사이 경쟁사들은 앞다퉈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내놨다. 휴젤은 2020년 10월 중국 NMPA로부터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의 허가를 받으면서 메디톡스가 노리던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소송을 마무리하고 미국 시장에서 ‘주보’(국내 제품명 나보타)를 캐시카우로 키우고 있다. 양 사는 유럽 시장 진출도 성공했다.
현재 휴젤은 미국, 대웅제약은 중국 허가를 각각 추진 중이다. 휴젤의 경우 2021년 BLA를 신청한 후 2022년 3월 보완요구서한(CRL)을 받고, 10월 BLA를 재신청했지만, 이듬해 두 번째 CRL을 수령하면서 9월 세 번째 BLA를 신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