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엠텍은 지난해 공모가 상단 1만9000원, 경쟁률 582:1을 기록하는 등 흥행 속에 국내 주식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김현수 블루엠텍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흥행 배경에 대해 “의약품 유통회사 최초의 상장 사례로 기존에 없던 플랫폼이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블루엠텍은 온라인 의약품 유통사업에 기반해 다양한 IT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병원 대상 원내 의약품 이커머스 플랫폼 ‘블루팜코리아’, 약국 대상 의약품 온라인몰 ‘쿨팜’ 등을 운영하고 있고, 콜드체인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도 보유했다. 또 의약품 유효기간 알림서비스, 온·오프라인 재고관리 통합 솔루션, 병원 구인·구직 플랫폼 등도 개발 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사업은 대부분 오프라인 기반으로 이뤄졌다. 제약사 영업사원은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영업활동 외에 주문·수금·CS 등 많은 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하지만 의약품 유통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화되면서 실시간 주문과 재고관리가 가능해졌고, 수금 지연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복잡한 제약업계의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불합리하고 불편했던 영업체계를 개선할 수 있었다”며 “최대 6개월 뒤에 받을 수 있던 과거와 비교해 블루팜은 직접 매입해 유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약사가 결제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서비스가 확장돼 온라인 이커머스에 관심이 커진 것도 성장 요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의약품 유통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온라인 결제 활성화를 위해 예치금 충전 시 포인트 적립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영업사원을 만나지 않고도 의약품 정보를 온라인으로 쉽게 알려주는 혜택을 제공한 것이 사업 확장의 바탕이 됐다. 특히 온라인 쇼핑과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 의사들이 개원가에 진입한 점도 블루엠텍이 빠르게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제약사 입장에선 의약품을 블루엠텍 물류센터 내에 보관하면 유통 단계가 줄어 이동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블루엠텍은 차량에 싣기 전 쌓아두는 곳까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춰 상온에 노출되거나 오염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배송 차량에도 온도 이탈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한 의약품 배송을 위한 수단이다.
상장 이후 달라진 가장 큰 경쟁력은 ‘신뢰도’ 상승이다. 김 대표는 “제약사 외에도 IT업체 등 다양한 회사와 거래를 진행하는데, 상장에 성공하고 난 뒤 우리에 대한 신뢰도가 올랐다. 직원 사기진작과 우수 인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공모자금은 인재 확보, IT 서비스 고도화, 인공지능(AI)엔진·IT 인프라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인수합병(M&A)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루엠텍은 2015년 설립된 후 2016년 의원급 요양기관 회원 가입률이 0.11%였지만, 현재는 64%이상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의원 세 곳 중 두 곳 이상이 블루엠텍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초반에 오프라인 학회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진행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협업을 통해 회원 가입을 크게 증대시켰다. 이후 다양한 제약사와 관계를 맺으며 회원 확보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블루엠텍은 SK바이오사이언스, 휴온스, 휴젤, 한독, 보령, 엑소코바이오 등 20~30개의 국내 제약사를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제약사 바이엘, MSD 등의 의약품 국내 유통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06억 원 규모의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의약품 공급계약 입찰 수주에 성공하며 종합병원 의약품 유통사업을 본격화했다. 김 대표는 “IT 서비스를 활용해 더 도움 줄 수 있다고 어필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다른 대학병원 입찰에 도전할 계획이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루엠텍은 신규 분야로 비대면진료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개원가 의사들이 이미 블루팜코리아로 의약품 유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블루엠텍이 비대면진료 사업을 한다면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에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소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기존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이미 다수의 비대면진료 기업과 협력관계에 있고 더 깊은 협력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기술특례 코스닥 상장 모 기업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블루엠텍도 IPO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김 대표는 기술특례 상장 과정에서 일반 상장 요건에 맞춰야 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의 변수, 외부 상황 등 이유가 컸던 것 같다. 그런데도 6월 예심 청구 이후 6개월 만인 12월에 상장을 완료할 수 있었다”며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주관을 가지고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소개하고 시장에서 평가받는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뚝심으로 밀어붙여라”고 조언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김 대표는 “바이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개별적으로 어느 기업이 성공할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의약품 유통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디지털화는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다. 대체 투자재로 블루엠텍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블루엠텍은 국내 성과에 기반해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김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의약품을 해외 시장에 유통하고 싶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의약품 유통업체 ‘바이메드’와 협력하기로 했다. 콜드체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동남아 시장에서 조금 비싸지만 안전한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승산이 있다”며 “베트남은 음식 주문, 택시 호출 등도 핸드폰으로 하는 게 익숙한 만큼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현 대표는 “의사는 환자만, 제약사는 신약개발과 생산만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안전한 의약품 배송을 통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