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하청업체 상대 손배청구
法 “공장 가동중단에 SK 과실도 있어”
2015년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발생한 질소가스 누출 사고로 인해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SK하이닉스가 하청업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만에 약 8억 원을 배상받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김지혜 부장판사)는 SK하이닉스가 하청업체 듀어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35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사건에서 “듀어코리아가 SK하이닉스에 7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6년 소송이 시작된 지 8년 만에 나온 1심 법원 선고다.
1심 재판부는 다만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 SK하이닉스가 부담하라”며 소송 제기의 책임이 SK하이닉스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통상 소송 비용은 패소한 쪽에게 부과되는데, 이번 사건은 SK하이닉스가 주장한 전체 손해배상 청구금액 355억 원 가운데 극히 일부인 7억7000여만 원만을 인정한 일부 승소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2015년 SK하이닉스 이천공장 M14 현장에서 질소가스 누출 사고로 근로자 3명 사망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로자 3명 사망 사고가 보도된 뒤 관리책임 소홀 등으로 SK하이닉스는 사회적 질책을 피하지 못했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SK하이닉스 임직원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SK하이닉스 법인은 모두 각각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자신들이 형사 재판에 넘겨진 것과는 별개로 사고 이듬해인 2016년 하청업체 듀어코리아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듀어코리아는 당시 사고 발생 현장에 환경오염물질 저감설비(RTOㆍRegenerative Thermal Oxidizer)를 설치한 업체다. 해당 저감설비는 반도체 생산장비를 작동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연소ㆍ정화ㆍ배출하는 역할을 하는데, 2015년 사망한 근로자 3인이 바로 이 설비 내부 밀폐공간의 질소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SK하이닉스는 재판 과정에서 “듀어코리아가 밀폐공간인 저감설비 내부에 고인을 들여보내면서도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설비 변경 도면을 즉시 제출하지 않아 RTO 내부로 질소가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했다.
듀어코리아 과실로 발생한 사망사고로 SK하이닉스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으로부터 약 1달간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고, 공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금전적 손해를 봤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나 SK하이닉스 측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사고에는 듀어코리아의 과실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의 관리소홀 문제도 있었던 만큼 공장 작동 중단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하청업체인 듀어코리아에 청구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와 직원들은 질소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질소공급 사실을 라벨 등으로 부착하지 않았고, 사망한 근로자에게 질소가 공급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판결문에는 당시 사고와 관련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 의견서도 명시됐다.
재판부는 의견서에 첨부된 재해발생원인 다섯 가지 중 △RTO 연소실 내부 감시창 냉각을 위한 질소 투입에 따른 산소결핍 △ 작업장 배관 및 배관 조작 레버에 공급가스가 표기돼 있지 않아 질소가 투입된 것을 인지하지 못함 △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 관리 소홀 및 안전작업허가서 운영 미흡 등 세 가지를 SK하이닉스의 독자적 과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SK하이닉스가 청구한 손해배상 대부분을 기각했고, 당시 사망한 근로자 3명에게 먼저 지급한 손해배상금 약 15억 원 중 절반인 7억7000여만 원을 듀어코리아에게 구상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