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성곤 판사)는 A씨의 며느리·손주 등 후손들이 서울 관악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2심에서 “1심 판결의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면서 원고 6명이 제기한 항소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이들에게 관악구가 총 9300만 원의 밀린 임대료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197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악구는 지금은 고인이 된 A씨가 보유하고 있던 봉천동 620여 평의 땅 위로 ‘도로를 내겠다’며 지정고시한다.
땅 사용에 제한을 받게 된 A씨는 도로예정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을 분할하는 형식으로 제3자에게 처분해 자신의 수익권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러나 관악구는 A씨가 사망하고도 한참 뒤인 2020년 6월에 들어서야 실제 도로를 설치하는 사업실시계획을 낸다. ‘도로를 내겠다’고 지정고시한지 무려 27간 실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해당 땅은 방치되면서 사실상 일반인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었다.
관악구가 2020년 뒤늦게 사업실시계획을 내자 A씨 사망 이후 땅 지분을 나눠서 승계한 며느리·손주 등 후손이 그간 불법점유한 땅에 대한 임대료를 돌려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할 때까지 이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땅의 본래 소유주인 A씨가 공중의 사용을 위해 땅을 제공한 이상 배타적 수익권을 포기한 것이고, 이에 따라 해당 토지를 승계한 후손들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들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A씨가 관악구에 법적·행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근 주민 등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권리를 줬다거나 배타적수익권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1973년 12월 지정고시에 따라 해당 땅에 도로 설치가 예정되면서 그 위에 건축물을 신축할 수 없는 등 사용·수익에 제한을 받게 됐고, 도로선에 맞춰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분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관악구의 지정고시에 따라 땅을 제공한 만큼 자발성이 없었고, 도로예정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을 제3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보아 수익 확보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관악구가 이 땅을 공공용 재산으로 적법하게 취득하는 절차를 거쳤다거나 A씨의 사용승낙을 받아 점유하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점도 원심 판단을 뒤집는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