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속혈당측정기(CGM) 마케팅에 나서며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당뇨병 사업 분야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3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CGM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한 시장이다. 국내 시장 역시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덱스컴의 'G6', 메드트로닉의 '가디언 커넥트 시스템' 등 외국 제품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아이센스가 지난해 자체 개발 국산 CGM인 '케어센스 에어'를 출시해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했다.
CGM은 미세바늘이 달린 기기를 팔 등의 피부 위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다. 기존 혈당 측정기는 환자가 일정 시간마다 혈당을 확인하기 위해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채혈을 해야 한다. CGM은 한번 부착하면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별도의 수신기로 혈당값을 전송한다.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펌프화 CGM을 함께 사용하면 환자는 정상 췌장을 가진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CGM은 기존 구형 혈당측정기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CGM 시장은 2019년 46억 달러(6조1000억 원)에서 2026년 311억 달러(41조3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증가세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CGM에 대한 관심도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2018년 302만8128명에서 2022년 368만7033명으로 늘었다. 생활습관 변화와 고령화가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웅제약, 휴온스, 한독 등 만성 질환 분야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CGM 판매에 나섰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기업은 한독이다. 지난 2018년부터 메드트로닉의 가디언 커넥트 시스템을 판매한다. 한독은 일본 미쓰비시의 '테넬리아(성분명 테네리글립틴)'와 사노피아벤티스의 '아마릴(성분명 글리메피리드)' 등 글로벌 기업의 당뇨병 치료제 판매를 도맡은 이력이 있다. 2009년부터 아이센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혈당 측정기 '바로잰'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판매를 담당한다. 지난 2020년 첫 출시 후 지난해 3년 누적 판매 60만 개를 달성했다. 또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인 ‘닥터바이스’를 개발한 아이쿱과 협업해 ‘디지털 당뇨병 환자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도 접목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를 출시한 바 있다.
휴온스는 올해 1분기 중으로 덱스컴의 'G7'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덱스컴의 G5와 G6를 판매해 왔다. G7 국내 출시에 맞춰 혈당 관리를 위한 환자 교육 및 상담 프로그램도 추진할 예정이다. 휴온스는 지난해에만 '휴듀오(성분명 디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휴시가(성분명 디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 '휴글리아엠(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휴시글로(다파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 등 당뇨병 치료제 9개 품목을 허가받으며 당뇨병 사업을 강화했다. 현재 비만 및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인 ‘HLB1-015’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경구제로 개발 중이다.
기업들은 기존 당뇨병 관련 사업과 CGM 판매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당뇨병 사업에 자신이 있던 기업들은 이미 의료기관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CGM 마케팅에 매우 유리하다"라며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1형 당뇨병을 중심으로 CGM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당분간 시장 성장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