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효자 노릇을 해오던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 비중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 규모가 가장 큰 반도체의 경우 하락폭이 커 경쟁국과 순위도 역전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등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무역협회 무역 통계 시스템 'K-stat'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IT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1%(10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21.4% 대비 4.3%포인트(p) 줄었다.
지난해 IT 수출 비중은 1993년 16.5%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0년 32%로 정점을 찍은 IT 수출 비중이 20% 선 밑으로 내려온 것은 1994년 18.8% 이후 29년 만이다.
특히 핵심 수출품이었던 반도체가 부진했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 순위 역시 경쟁국에 밀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6대 국가 첨단전략산업 수출시장 점유율 분석 및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13.0%에서 2022년 9.4%로, 32.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추세로 볼 때 지난해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반도체 수출은 31.8% 증가했지만, 우리 수출액은 1293억 달러에서 1285억 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경쟁국인 대만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11.2%에서 2022년 15.4%로 크게 오르면서 우리와 점유율 순위가 역전됐다.
반도체 외에도 지난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수출도 전년 대비 각각 12%, 10.2%, 5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수출시장 점유율은 10.3%로, 중국(24.5%) 다음으로 높았다. 점유율 자체는 2018년(9.9%)과 비교하면 4.8% 상승했다. 다만 독일(+36.5%), 대만(+29.0%), 미국(+25.9%) 등에 비하면 상승률은 크게 낮았다.
IT 수출 비중이 줄면서 우리나라 6대 산업 수출시장 규모도 내림세다. 6대 산업이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로봇을 말한다.
2022년 기준 6대 산업 수출액은 총 1860억 달러로, 2018년 1884억 달러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출에서 6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31.1%에서 2022년 27.2%로 하락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각국의 강력한 지원 속에 글로벌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첨단 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혁신 인재 양성 등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규제 완화, 세제 지원 확대 등 첨단 산업 경쟁력과 국가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보다 전향적인 대책들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