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감사원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은 어디에

입력 2024-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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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가수 서태지가 8집 앨범으로 돌아왔을 때 ‘권한 논쟁’이 벌어진 적 있다. SBS 음악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 출연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태지가 제작진에게 특별 음향 등 장비 설치와 녹화 후 편집 참여를 요구했다고 알려지면서다.

당시 네티즌의 반응은 엇갈렸다. “좋은 무대를 향한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과 “아무리 톱스타라도 편집권을 내달라는 건 월권”이라는 반박이 오갔다. ‘오만한 가수’ ‘태도가 바뀌어야 할 방송사’ 등 평론가들의 반응도 나뉘었다.

결국 서태지의 방송 출연은 무산됐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의견을 조율했지만, 편집권 문제를 넘어서진 못했다. 프로그램은 출연자와 연출가가 함께 만드는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컸던 셈이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권한 논쟁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 씨에 대해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의 기소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이기 때문에 검찰이 대신 기소해달란 취지였다.

그러자 검찰은 이달 12일 해당 사건을 ‘추가 수사하라’며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에 검찰이 사건을 반송한 건 처음이다. 사실상 공수처 검사를 사법경찰로 인식하는 듯한 뉘앙스에 반발한 공수처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두 수사기관의 힘겨루기는 그날 밤까지 이어졌다. 각각 두 차례씩 입장을 내고 서로가 거절을 거절했다. 공수처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감사원 뇌물수수 사건’으로 부딪친 건 표면적인 이유고, 검찰이 공수처를 아래 기관으로 보고 기강을 잡으니 공수처도 권한과 지위를 언급하며 들이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권한쟁의 탓에 정작 사건은 붕 떠버렸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접수를 거부했으니, 사건은 중앙지검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검찰과 공수처 사이 어디쯤에서 감사원 뇌물수수 사건이 부유(浮游)하는 셈이다.

이면에는 애초 반쪽짜리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의 법률적 공백 문제가 있다. 두 기관 사이 정립을 위해 공수처법 개정이 필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앞서 변호사는 “차기 공수처장으로 현 정부나 검찰에 편향적인 인물이 온다면 혼란은 더 커진다”고 단언했다. 정처 없는 이번 사건이 마지막 혼란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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