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비교적 저렴한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일차적으로 실시해 암 유전 위험을 높이는 ‘린치증후군’을 정밀 검사할 대상자를 선별하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17일 밝혔다.
자궁내막암은 자궁의 내벽을 구성하는 내막에 자라는 악성 종양으로, 난소암과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3대 부인암 중 가장 발병률이 높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여성에서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등을 이어 8번째로 빈발하는 암이다.
자궁내막암은 과도한 에스트로젠 노출로 자궁내막이 증식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환자에서는 타고난 유전자적 요인으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유전성 자궁내막암 환자들에게서 관찰되는 유전자 이상을 ‘린치증후군’이라고 한다.
린치증후군 환자는 자궁내막암과 대장암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전성 암 발병률이 높다. 환자의 가족과 친척에서도 린치증후군이 발견될 위험이 크다. 린치증후군을 확인하려면 정밀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모든 환자가 이 검사를 받기는 어려워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간편한 '면역조직화학(IHC) 검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IHC 검사로 린치증후군 고위험 환자를 1차 선별한 이후,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체계를 제시하고 그 효용성을 규명했다.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18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자궁내막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 결과, 전체 자궁내막암 환자 중 약 2~5%의 환자에서 린치증후군이 발견되며 고비용의 정밀 유전자 검사를 전체적으로 실시할 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인 IHC 검사를 통해 환자를 선별한 후 정밀 유전자 검사를 시할 시 린치증후군을 진단받는 비율이 약 21%까지 상승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공중보건적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유전성 암 검사 전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향후 국제 가이드라인 수립과 유전성 암 검사의 건강보험 편입 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린치증후군의 비율은 소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하기에는 다소 비효율적이라 검사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