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확대와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한 제약사간 협업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글로벌 빅파마와의 코프로모션(공동판매)을 벗어나, 최근엔 국내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이 증가하는 추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개발에 특화된 제약사와 영업력이 강한 제약사간 동반 성장할 수 있고, 관련 제품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공동판매 형태의 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코프로모션은 글로벌 제약기업의 제품력에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이 더해진 형태가 주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신약을 속속 개발하면서 국내 제약기업간 코프로모션 계약도 많아졌다.
LG화학의 당뇨신약 ‘제미글로’,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 등이 코프로모션을 통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LG화학이 2012년 말 출시한 제미글로는 판매사를 사노피로 선정하며 100억 원대 중후반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후 2016년 대웅제약으로 판매사가 변경되며 연간 매출이 500억 원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2019년 국산 신약 최초로 1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엔 3분기만에 10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촘촘한 영업인력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가 판매를 담당한 뒤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는 분석이다. 또 대웅제약의 당뇨신약 ‘엔블로’와 제미글로 복합제 개발에 나서는 등 코프로모션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HK이노엔은 2019년 케이캡을 출시하면서 종근당을 협업 파트너로 선정했다. 국내 매출액은 2019년 327억 원에서 지난해 158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업계는 종근당과의 코프로모션 계약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지난해 말 HK이노엔은 코프로모션 파트너를 보령으로 변경했다. 보령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와 케이캡과의 시너지를 의식한 결정이다. 코프로모션 대상 품목은 케이캡 전 제품(케이캡정·케이캡구강붕해정)과 카나브 제품군 4종(카나브·듀카로·듀카브·듀카브플러스)이다. 양사는 카나브와 케이캡 모두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내는 만큼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바이오팜은 동아에스티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이달 4일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한국 및 동·서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 30개국 진출을 위한 라이센싱 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직접 판매 체계를 갖춘 미국 외 전 세계 100여 개국 시장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번 계약으로 동아에스티는 해당 지역의 허가, 판매, 완제의약품(DP) 생산을 담당한다.
김민영 동아에스티 사장은 “뇌전증 환자들의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고자 우수한 효능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조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SK바이오팜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 빠른 시일 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은 이달 10일 한림제약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통해 안과 분야 일반의약품(OTC)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계약에 따라 일동제약은 △나조린 △누마렌 △아이필 등 한림제약 점안액 브랜드 3종에 대한 독점 유통·판매를 담당한다.
일동제약은 전국 2만여 개 약국 영업망과 OTC에 특화된 마케팅 역량, 이커머스 플랫폼 등을 활용해 안과 분야의 입지를 넓혀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자체 시장조사 결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사용이 늘며 약국에서 안과용제를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품과 함께 눈 건강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알려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프로모션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판매를 담당하는 제약사의 영업 경험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공동판매 계약 종료 후에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글로벌 빅파마의 경우, 의약품 인지도가 상승하면 한국에서 직접 마케팅을 하는 등 코프로모션을 지속하지 않는 사례도 많았다. 국내 제약기업의 신약 개발이 늘면서 국내사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코프로모션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원장은 “개발 특화 제약사의 경우 영업망에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면서 “영업망 등 인프라를 갖출 것인지, 아웃소싱을 통해 수수료를 주면서 판매 전략을 세울지 계산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리스크를 낮추면서 매출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더 나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