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통령 되는 일 막으려 범행
재판 연기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 같아 불만
“법원 종북세력, 재판 지연…좌파 저지하려 했다”
검찰로 구속송치…호송 전 김씨 “미안하다” 말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구속된 김모(67) 씨는 주관적인 정치 신념에 의해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이 파악했다. 현재로선 배후 세력이 없다는 게 경찰 발표다.
경찰은 “단독 범행”이라는 김 씨 진술을 확보한 뒤 압수물 디지털 포렌식 조사, 통화 내역, 거래 계좌, 행적 수사 등을 벌였는데 지금까지 공모범이나 배후 세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 씨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을 막고, 총선에서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고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이어 “이 대표 재판이 연기되는 등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지난해 4월 흉기를 구입해 개조하고 6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니거나 이 대표 방문지를 사전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충남에 거주하는 김 씨는 2일 오전 10시 50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 전망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지지자인 것처럼 접근해 목 왼쪽 부위를 흉기로 찌른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법원은 4일 김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관 68명을 투입해 수사본부를 차린 부산경찰청은 9일간 이번 사건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김 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일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한 특별수사팀을 부산지방검찰청에 구성한 상태다.
특별수사팀 팀장은 박상진 1차장, 주임검사는 김형원 공공수사부장이 맡았다. 공공수사 전담부서와 강력사건 수사 전담부서 4개 검사실로 꾸렸다. 이미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하고 있다.
이 대표 습격범인 김 씨는 이날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 검찰로 이동하는 호송차에 타기 전 ‘이재명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는 취재진에 “국민께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범행 전에 남기는 말(변명문이라고 불리는 우편물)을 썼다. 범행은 혼자 계획했다”고 거듭 단독 범행임을 강조했다.
김 씨는 범행을 도운 혐의(살인미수 방조)로 불구속 입건된 70대 남성에 대해 “누구하고도 계획한 바 없다. 그저 우편물만 전달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변명문을 왜 썼느냐’는 질문에는 “보시고 참고하세요”라고 했다.
앞서 김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부산지법에 들어가던 과정에서 “8쪽짜리 변명문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찰은 김 씨가 남긴 8쪽짜리 문건 이른바 ‘변명문’ 내용에 대해 “사법부 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 재판이 지연되고 나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갈 것을 저지하려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공개했다.
또한 “범행으로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의 구국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는 취지도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김 씨 신상정보 비공개를 결정한 경찰은 포렌식과 참고인 진술, 프로파일러 조사 등을 종합하면 “현재까지는 배후 세력은 없다”고 전했다. 이 부분에 관한 추가 수사는 검찰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