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업계는 고금리 등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벤처기업법을 상시화하고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벤처기업협회는 최근 ‘2023년 벤처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벤처기업법 개정안 통과를 비롯해 △벤처·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복수의결권 주식제도 도입 및 시행 △대기업-벤처기업 간 아이디어 탈취 논란 △플랫폼 스타트업과 전문 직역 단체와의 갈등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증가 △쪼그라든 국내 비대면 진료 △인재확보를 위한 소리 없는 전쟁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돌풍 △얼어붙은 스타트업 M&A 등이 포함됐다.
국회는 이달 8일 본회의에서 한시법으로 운영되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상시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으로 벤처기업의 장기적인 지원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벤처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벤처·스타트업 투자시장의 혹한기는 장기화 추세로 들어서고 있다.
복수의결권 주식제도가 도입됐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가 보유한 주식 1주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11월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벤처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경영권 위협 없이 글로벌 벤처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아이디어 탈취 논란이 대두됐다. 알고케어, 프링커코리아, 키우소, 닥터다이어리, 팍스모네 등 여러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고, 이에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올해는 '타다 서비스 무죄', '로톡 서비스 이용 변호사 징계 무효' 등 플랫폼 스타트업에 의미 있는 판단이 나온 해다. 다만 세무, 부동산 등 벤처기업과 전문 직역 단체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증가하고 있다. 벤처 투자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대기업들이 CVC를 설립하는 추세다. 정부는 2027년까지 CVC 비중이 30% 이상이 되도록 제도·규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민간자금 유입과 벤처투자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올해는 비대면 진료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정부가 대상자를 재진환자 중심으로 변경하고, 약배송 역시 금지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이용이 90% 이상 급감하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 플랫폼들은 병원 찾기, 진료예약 등 생존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계에선 인재 확보를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디지털 전환으로 SW전문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며 벤처기업이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부족한 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SW전문인력 채용하기 위한 E-7 비자 요건 완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도 개편 등을 요구했다.
올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돌풍이 분 해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산업과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면서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34조 4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뤼튼테크놀로지스, 스캐터랩 등을 비롯한 한국 AI 벤처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 혹한기에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벤처 투자 위축으로 인해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역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시장이 경색되면서 벤처기업 M&A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온 대기업과 빅테크, 유니콘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올해 벤처업계의 숙원이던 복수의결권 주식제도 도입을 비롯해 벤처기업법 상시화 등 벤처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내년에도 벤처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어려움을 뚫고 대한민국 경제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길 기대한다”고 말했다.